같은 공관 근무 ‘하늘의 별따기’..출산율도 저조
”함께 보내자니 특혜 시비가 일고, 떼어놓자니 안쓰럽고….”백년가약을 맺었지만 2~3년마다 ‘생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부부 외교관들이다.
현재 외교통상부에는 20쌍이 넘는 부부 외교관이 근무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내에서 결혼 상대를 찾는 일이 드물었지만, 2000년대 들어 외무고시에 여풍(女風)이 거세지면서 부부 외교관도 급증했다.
부부 외교관의 가장 큰 고민은 해외 근무다. 외교관은 3년 주기로 공관에 나가야 하는데, 남편과 아내가 같은 지역에 근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우선 동기 또는 비슷한 연조의 부부 외교관을 함께 배치할 만한 규모의 공관이 거의 없다. 그런 곳이 있다 해도 동시에 공석이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과거에는 부부 외교관이 적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배려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최근에는 부부를 같은 지역에 보내면 특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분리 배치 기조가 강화됐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인사철이면 이 같은 ‘원칙’과 ‘인도주의’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후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6일 “부부 외교관 가운데에는 생이별을 피하기 위해 커리어를 희생해가면서까지 배우자 근무지와 가까운 비선호 공관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결혼생활 대부분을 떨어져 살다 보니 출산율도 매우 저조하지만 특별한 해결책이 없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결혼 적령기의 여성 외교관들이 해외공관 근무를 꺼리는 추세도 외교부의 고민거리다. 한번 해외 근무를 나가면 공관 2곳에서 5~6년을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직원의 약 33%가 여성 외교관이고 2005년부터는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 비율이 6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개인 사정을 모두 감안하다 보면 인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외교부는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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