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 강당에서 작지만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남북의 주부가 만나 마음을 열고 서로 친구가 되자는 취지로 새조위가 지난 4월부터 진행하는 ‘남북주부모임’의 중간발표회였다.
남북 주부 30여명은 그동안 비누만들기, 감자캐기 등의 단체활동을 했고 1대 1로 맺어진 ‘짝꿍’끼리는 집을 상호방문하거나 친구를 소개해주며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일곱 ‘커플’은 사진, 영상으로 그동안의 만남을 소개하고 경험과 소감을 나눴다.
금세 공통점을 찾고 친해진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석달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만남을 갖지 못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남북주부모임’을 통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남한 주부 서영엽씨는 “같은 아파트에 탈북자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며 “이번 모임을 계기로 탈북자들의 생각과 살아온 환경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돼 앞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탈북자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낯선 한국 생활에 힘이 돼 준 ‘짝꿍’도 있었다. 지난 4월 하나원 교육을 마친 북한 주부 배모씨는 들뜬 목소리로 “짝꿍인 언니와 함께 난생처음 야구장을 가봤고 영화도 봤다”고 말했다.
혼자라면 엄두조차 내지 못할 야구장, 영화관 나들이로 한국 사회로 성공적인 첫 걸음을 디딘 셈이다.
배씨에게 소감을 묻자 “무엇이 어떻게 좋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다 좋았다”며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는데 언니가 자주 전화하고 살뜰히 챙겨줘 너무 고맙다”고 짝궁 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모두가 이들처럼 마음의 문을 쉽게 연 것은 아니었다.
다수의 남한 주부는 “좋은 친구가 되고싶어 연락을 해도 아프다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는 것을 꺼려해 쉽지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남한 주부가 내미는 손을 선뜻 잡지 못하는 북한 주부들에게도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었다.
북한 주부 이모씨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이런 대접을 받자고 여기까지 왔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내 능력을 키워서 당당해지겠다고 결심했는데 그러다 마음의 문이 닫혀버린 것 같다”며 “따뜻한 마음으로 전화하고 만나자고 하는 것을 알지만 막상 만나려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다른 북한 주부도 “한국 사람들이 내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듣고 불편해하는 것을 느끼는데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한국 생활 초반에는 사춘기시절과 비슷한 심정”이라며 이해를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주부들 사이에는 남한 주부와 좀더 적극적으로 만나 주부 대 주부로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북한 주부 김모씨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나를 소개하는 언니를 보면서 한국에도 가족이 생겼다고 느꼈다. 먼저 다가가고 마음을 열면 한국 사람들도 우리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라며 북한 주부들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새조위의 신미녀 대표는 “우리가 좋은 것만 보고 싶어 하지만 이것이 남북주부모임이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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