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불출마 이후] “제2 안철수 계속 나올 것… 정당들 통렬히 반성해야”

[안철수 불출마 이후] “제2 안철수 계속 나올 것… 정당들 통렬히 반성해야”

입력 2011-09-08 00:00
업데이트 2011-09-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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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들이 말하는 安風으로 본 한국정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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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낮에 만난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침울했다. “‘안철수 바람’이 휩쓸고 간 국회가 황량해 보인다.”고 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등 자신이 발의한 법안 3개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저력을 뽐낸 초선의원이었지만, 밀려오는 자괴감에 고개를 떨궜다.

같은 당 유정복 의원은 얼마 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는 ‘기현상’을 경험했다. 연예인 김구라씨가 발단이었다. 유 의원의 지역구(경기 김포)에 사는 김씨가 방송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유정복’을 꼽았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유정복? 대체 누구야?’하면서 이름을 검색하는 바람에 졸지에 1위에 오른 것이다. 대중은 김구라는 알아도 지난해 구제역 위기 속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 유정복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엿새 나라를 뒤흔든 ‘안철수 바람’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확인시켜 준 것은 물론 우리 사회가 대중민주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대중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던 정치권력이 다시 대중에게 권력을 내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얼마전 ‘오늘 있지만 내일 없어질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40년이면 사라질 것 가운데 정당을 집어넣었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직업 정치인들이 사라지고 똑똑한 대중, 즉 ‘스마트 몹’이 스스로의 법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소수민주주의가 부상한다고 예언했다.

미래학자이자 의사인 정지훈(융합의학) 관동의대 교수는 “자신만을 위하는 권력의지와 정파이익에 매몰된 기성 정치인은 대중과 소통할 능력을 잃었다.”면서 “비단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중과 직거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리더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사회가 다원화되고, 대중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이분법적인 기존 정당정치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꽃으로 추앙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안병진(미국학)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원인과 ‘안철수 바람’의 원인은 그들이 권력에 대한 의지보다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이들의 진정성을 대중이 인정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 여와 야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지형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행정연구원 서용석(정치학) 박사는 “대중은 기존 정당이 자신을 대변하지 못하면 새로운 정치주체를 세울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면서 “미래정치가 성큼 다가왔는데도 정치체제와 절차가 변하지 않아 혼란스럽지만, 직접민주주의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당정치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할지언정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의 성숙을 통해서 구현된다.”면서 “우리의 정당정치가 얼마나 허약한지 여실히 드러난 만큼 정당들은 통렬한 반성을 통해 민의를 수렴하는 절차와 방법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1-09-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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