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유화 제스처…南 ‘유연성’에 화답?

北 잇단 유화 제스처…南 ‘유연성’에 화답?

입력 2011-11-17 00:00
수정 2011-11-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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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협조·南자극 자제…21명 탈북에도 침묵”큰틀에선 유화적…기싸움·인내전략은 유지”

최근 북한이 남쪽을 향해 유화적인 몸짓을 잇따라 보이고 있어 남북간 본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9월 통일부 장관 교체를 계기로 우리 정부가 유연성 전략에 따라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재개하고 개성공단 활성화 조치 등으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하자 북한도 조금씩 호응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주목할만한 점은 북한이 남북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북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에 이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는 비핵화 회담을 개최해 대화의 토대를 마련해둔 상태다.

아직 북한은 공식적으로 다른 분야에서 당국간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세계 전직 국가수반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이하 엘더스)’에 정통한 재미 한인학자는 지난 13일 연합뉴스에 “북한의 고위 인사가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엘더스 핵심 관계자들과 만났다”며 “그 자리에서 남북한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북의 의사를 남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상황에 따라서는 장관급 이상의 회담에도 나올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테이블’에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지난달 개성에서 현대아산과 금강산관광 재개와 재산권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남측이 당국간 회담을 제안토록 하라’는 메시지를 현대아산에 전달했다.

지난 6월 초 ‘남북간 정상회담 비밀접촉’ 사실을 전격 공개하면서 “남북대화를 더이상 논의할 여지가 없다”고 선언했을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5·24 대북제재 조치’로 중단됐던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사업과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을 위한 실무협의에도 북한은 최근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이 남한 정부를 자극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북한 주민 21명이 지난달 30일 목선을 타고 서해상으로 남하한 지 20일 가까이 됐지만 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과거 해상으로 귀순하는 주민이 발생했을 경우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에 송환을 강하게 요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시점에 북한 당국이 작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김격식 4군단장(대장)을 교체했을 개연성도 거론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 방송 등을 보면 4군단장인 김격식이 4군단이 아닌 다른 행사장에서 모습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교체됐는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한 군부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히는 김격식 대장이 교체됐다면 북한이 남쪽을 향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또 북한 매체가 8월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고, 올해 들어 북한 선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이 줄어든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북한의 이러한 유화적 태도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미간 대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화의 판’을 깨지 않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최대한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오픈소스센터는 지난 9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이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는 것은 남북한과 러시아의 가스관 연결사업에 대한 기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7일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간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큰 틀에서 유화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남한과 보이지 않게 기싸움을 하는 ‘전략적 인내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남한이 적극적인 문제해결 전략으로 가지 않으면 북측이 소극적 태도를 바꾸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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