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 논설위원](https://img.seoul.co.kr/img/upload/2011/11/25/SSI_2011112517432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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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순 논설위원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00여만명에 이르는 베이비 부머들의 퇴직행렬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불안한 노후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8개띠들의 ‘귀농’(歸農) 의사는 사회적으로 의미있게 받아들여진다. 58개띠들은 베이비 부머 세대 가운데서도 독특하다. 교육적으로는 중학교 무시험, 고교 평준화 등 큰 변화를 겪었고 사회적으로는 가난의 상징인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서울로 와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하면서 서울을 만원으로 만들었다. 압축 성장에 힘입어 손쉽게 직장을 잡았으나 40세에는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다. 한마디로 58개띠는 경제 개발로 대변되는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맞보면서, 농경사회를 징검다리 삼아 산업사회로 진입한 과도기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집안일을 도우면서 농사를 접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흙과 친숙한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근면은 몸에 배어 있으니 58개띠는 농사와 여러모로 궁합이 맞는다.
귀농이나 시골에 살려는 귀촌(歸村)은 도시생활보다 장점이 많다. 우선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다. 농촌에 살면 의식주 등 생활비가 훨씬 적게 든다. 또 욕심 안 내고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으면 큰돈도 들지 않는다.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에 집을 팔아 자영업을 하는 것보다 안전성이 높다. 정보화사회로 전환되면서 농촌의 정주 여건이 높아진 것도 매력적이다. 디지털망이 구축돼 있어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으니 교육, 문화적으로도 뒤지지 않는다. 베이비 부머들의 탈도시 행렬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귀농자가 가장 많은 경남의 경우 9월 현재 지난해(535가구)보다 1.3배 많은 1251가구가 귀농대열에 합류했다. 농도(農道)인 전남은 지난 한해 768가구가 귀농했으나 올 상반기에만 697가구에 이르러 연간목표 1500가구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 낙향자에 힘입어 토박이 비율이 2000년 60.9%에서 지난해에는 72.9%로 12% 포인트 높아졌다. 농촌이 도시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 것에 대해선 선진국도 공감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학자들이 농촌경제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와 달리 흔들리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있으며, 일본도 귀농자가 늘어 취농설명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농촌(rural)의 르네상스, ‘루럴상스’시대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58개띠생은 전국적으로 75만 91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36만 4901명이 서울 등 수도권에, 82%에 이르는 61만 8378명이 읍이나 면이 아닌 도시의 동(洞)에 살고 있다. 귀농대상자가 최소 36만명에서 62만명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이들 중 상당수가 귀농하면 수도권과 농촌은 상생(相生)하게 된다. 수도권은 인구 집중이 완화돼 주택·도로 등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고사할 지경의 농촌은 신규 인력 유입으로 활력을 찾게 된다. 58개띠는 교사·의사·상사원·기업인 등 다양한 전문직종 종사자에 세계화·국제화에 눈뜬 사람도 적지 않다. 50대는 90까지 산다는 최근 보도도 있는 만큼 향후 15~20년간 노동력 제공도 가능하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잘 엮어주면 농수산물 상품화, 판로개척, 인터넷 직거래 등 여러 부문에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58개띠의 이도향촌(離都向村) 행렬은 농촌을 살리고 루럴상스시대를 알리는 희망버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stslim@seoul.co.kr
2011-11-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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