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향배 주목…박근혜 역할론 ‘충돌’
한나라당호(號)가 최고위원 3명의 동반 사퇴로 휘청거리고 있다.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이 7일 당 쇄신의 일환으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음으로써 당 지도부 전체가 붕괴위기에 처했으며, 169석의 ‘거함’은 당분간 표류할 전망이다.
특히 재창당론ㆍ신당창당설ㆍ탈당설 등이 난무한 상황에서의 표류라는 점에서 지도체제 교체를 넘어 14년간 명맥을 이어온 한나라당의 ‘침몰’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도부 붕괴 속에 당장 한나라당은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둘 중 하나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준표 거취는 = 당장 홍 대표의 결단이 주목된다.
현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3명의 최고위원 사퇴는 홍 대표의 사퇴를 강제하지는 않는다. 즉 홍 대표의 결심 여부에 따라 ‘지도부 총사퇴’가 될 수도, 대표직 유지가 될 수도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물러난 마당에 ‘홍준표 체제’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홍 대표 스스로도 쇄신 국면에서 ‘자기희생’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다만 홍 대표가 대표직을 일단 유지하되, 전당대회 수임기구인 전국위를 소집해 공석이 된 3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한 뒤 당 대표직을 ‘실질적 대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넘길 가능성도 있다.
한 당권파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가 3명의 최고위원 대신 참신한 외부 인사를 최고위원으로 전격 영입, 한나라당의 면모를 일신한 뒤 물러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표직’을 열어주는 차원에서 당권ㆍ대권 분리조항을 정지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병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홍 대표를 향해 ‘버티기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사퇴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
◇‘리모델링’한다면 = ‘리모델링론’은 당의 골격을 그대로 둔 채 전면 쇄신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홍 대표가 지난달 11월29일 쇄신 연찬회에서 언급한 ‘박근혜 전 대표의 대표직 수행’이 이와 맥이 닿아있다.
즉 홍 대표가 대권ㆍ당권 분리조항을 정지하는 당헌당규 개정 작업과 함께 공석이 된 3명의 최고위원을 전국위를 통해 선출한 뒤 박 전 대표에게 대표직을 넘긴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불가피하다. 이때 당명 개정 등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전체 최고위원을 새로 선출하는 전대를 할 경우 현실적으로 전대에 나설 신선한 인물은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대표만을 선출하는 전대 개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동반 사퇴할 경우에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대를 치를 수도 있다. 전대 준비를 위한 비대위가 아닌, 당 쇄신안 마련에 전권을 갖는 비대위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대위를 구성해 전면적인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여권 정비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보수 진영의 각종 세력을 규합하는 외연 확대를 한 뒤 전대를 개최,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드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친박(친박근혜) 핵심 의원은 “비대위 수순으로 가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리모델링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등판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박 전 대표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비대위 단계에서부터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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