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적 유지가 책임정치”..”탈당 요구는 정치적 꼼수” 비판도
“여당 내에서 합의된 입장이 아닌 만큼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청와대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잇달아 불거진 데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당내에서 큰 비중이 없는 일부 인사들의 사견일뿐인 만큼 공식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견인 만큼 지켜보겠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예민한 문제인 만큼 정제되지 않은 의견이 불쑥불쑥 나오지 않도록 참모들의 입 단속에도 나섰다. 참모들은 탈당 문제에 대한 대응 창구를 박 대변인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참모들은 당적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전하고 있다.
사실 당적 유지에 큰 실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임기 말만 되면 여당이 대통령을 공격해 반사 이익을 챙기는 ‘구태 정치’의 악순환을 청산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당ㆍ청이 책임 정치를 구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최근 이 대통령 지시대로 지난해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국방개혁안 등을 입법화하려면 당ㆍ정ㆍ청 간 협조가 계속 유지돼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박계 인사들도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탈당 요구는) 논의된 적이 없으며,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할 생각은 없다”며 이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과 관련된 악재가 계속 터지면서 임시 지도부인 비대위도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인 만큼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청와대 내부에선 일부 여당 인사들이 정책 차별화를 넘어 대통령까지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나선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다. 외부로 표현은 하지 않고 참고 있지만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한 참모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 정부의 공(功)과 과(過)를 함께 안고 가야지 저런 모습은 국민에게 또 다른 꼼수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쇄신파를 중심으로 한 이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가 정치적 진정성을 담보했다기보다는 목전에 닥친 4월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만약 정국 상황에 따라 탈당 요구가 비대위의 공식 입장으로 확정될 경우 결국 이 대통령이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긴 하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취임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친인척ㆍ측근 비리와 임기말 레임덕 현상에 휘말리면서 차별화를 노린 여당의 탈당 요구해 직면해 결국 당적을 버려야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