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반대집회 예정..외교부 “점진적 시행할 것”
올해 말부터 여권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서비스가 도입되는 것과 관련해 사진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국민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 문제와 부딪치면서 파열음이 커지자 점진적 시행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외교통상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여권 신청을 받는 시ㆍ군ㆍ구청에서 여권 사진을 무료로 촬영해주는 ‘전자여권 얼굴영상 실시간 취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까다로운 여권사진 요건 때문에 불편을 겪었던 상당수 국민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여권 위ㆍ변조를 방지하고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동네 사진관들은 발칵 뒤집혔다. 가뜩이나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로 사진관을 찾는 손님이 줄어든 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친 상황에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여권사진까지 사라지면 더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단법인 한국프로사진협회 소속 사진업 종사자 100여 명은 27일 오후 외교부 앞에서 사업 취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마지막 수입원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업계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이미 예산까지 확보하고 시행을 공지한 사업을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에 외교부는 26일 이번 제도 도입으로 사진업계가 겪을 수 있는 곤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10개 내외의 지방자치단체와 재외공관에서 올 하반기 시범적으로 제도를 실시한 후 다른 지자체와 재외공관으로 점차 확대할 것”이라면서 “236개 지자체와 162개 재외공관 전체에서 시행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상당 기간 사진관에서 촬영한 사진 접수도 병행할 예정”이라면서 “제반 상황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감안해 무리하지 않고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권사진 실시간 촬영으로 여권수수료가 오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현재 5만5천원인 여권발급 수수료가 2013년부터 5만3천원으로 인하된다는 사실이 이미 보도됐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스위스ㆍ스웨덴ㆍ포르투갈ㆍ칠레ㆍ필리핀 등 13개국이 여권발급 대행기관에서 여권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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