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90년대엔 창광·문수·광복·통일거리…어린 아들에 남긴 김정일의 ‘마지막 선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1일 “작년 5월22일 착공 이래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하나의 새로운 거리가 평양시 중심부에 일떠서게 됐다”고 전했다.평양의 중심부에 창전거리가 완공됨으로써 북한 당국이 올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4월15일)을 앞두고 야심 차게 준비한 대규모 ‘뉴타운 건설 구상’이 실현됐다.
조선신보는 “창전거리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있는 만수대언덕 주변의 일각에 꾸려졌다. 만수대지구의 면모를 일신하는 건설사업은 평양시내 대규모 건설의 중심적인 사업으로 추진돼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20일 준공된 평양 창전거리 아파트 전경.
만수대언덕에서 가까운 곳에는 인민대학습당을 등지고 자리 잡은 김일성광장과 외무성 등 북한 정부청사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 청사도 만수대지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신문은 “거리에는 국내 살림집(아파트)으로서는 가장 높은 45층짜리 건물 등 총 14동의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게 일떠섰다. 만수대의사당 앞에는 원형의 인민극장이 위치하고 있다”고 평양의 뉴타운을 소개했다.
이어 “(창전거리) 지상과 지하에는 상점, 백화점, 식당, 매대, 목욕탕, 이발소를 비롯한 상업봉사시설과 편의후생시설, 학교, 유치원, 탁아소 등 교육시설, 공공건물도 갖춰졌다”며 “이 지역에 있던 낡은 살림집과 공공건물은 다 없어지고 새로 일떠선 건물 이외의 부지는 공원화됐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고 주장하는 창전거리 건설은 김 위원장이 대중적 기반이 약한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준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국방위원회는 20일 열린 창전거리 준공식에 보낸 공동축하문에서 “김일성 동지의 탄생 100돌을 계기로 창전거리 건설을 완공할 데 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빛나게 관철했다”고 건설에 참가한 군인과 건설자들을 치하했다.
축하문은 “창전거리는 김정일 동지의 수도건설 구상과 대용단, 불면불휴의 노고와 현명한 영도에 의해 솟아오른 선군시대의 빛나는 기념비적 창조물”이라며 “김정일 동지께서는 창전거리 건설을 친히 발기하고 최단기간에 끝낼 수 있도록 강력한 설계 및 시공역량을 무어 줬으며 공사의 전 과정을 진두에서 조직 지휘했다”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제1위원장이 평양 창전거리에 새로 건설된 살림집을 시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김 주석의 후계자로 공식 선포된 노동당 제6차대회에 맞춰 1980년 10월까지 평양시 중심부에 창광거리 1단계를 완공하도록 했으며 1985년 8월 해방 40주년에 창광거리 2단계를 완공토록 한 바 있다.
당시 최고급으로 지어진 창광거리의 4천여 가구의 아파트에는 새 지도자 김정일의 측근을 비롯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중앙당) 간부들이 입주했다.
북한은 1980년 11월부터 1982년 4월까지 대동강 동쪽 동평양지구에 문수거리 1단계를, 1982년 4월부터 1983년 10월까지 문수거리 2단계를 형성했다. 문수거리에는 1만7천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또 체제 과시용 국제행사인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1989년 7월)을 앞두고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로 1989년 5월 2만5천 가구의 아파트를 포함한 광복거리가 완공됐다.
1990년대 초에도 평양에 대규모 신도시가 건설됐다. 김 위원장의 지시로 북한은 김 주석 80회 생일인 1992년 4월15일 대동강 남쪽지역에 통일거리 1단계(2만 가구)를,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40주년인 1993년 7월27일 통일거리 2단계(1만 가구)를 완공했다.
북한에서 김 주석이 사망한 1994년 이후 창전거리와 같은 대규모 도심재개발 사업이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거의 20년 동안 평양에서 대규모 건설이 중단된 것은 김 주석 사망 직후 북한에 찾아온 극심한 자연재해와 ‘고난의 행군’ 등 경제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토목공사를 중단했던 김 위원장은 자신의 아들을 위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창전거리라는 ‘최후의 삽질’을 계획했고 대규모 신도시 건설의 공(功)은 결국 아들인 김 1위원장에게 돌아가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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