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인준안ㆍ국정조사ㆍ의원 자격심사 놓고 힘겨루기
여야는 3일 시작되는 19대 첫 정기국회에서 민생을 기치로 대선전을 뒷받침하겠다는 각오를 감추지않고 있다.이 때문에 자칫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나라의 살림살이인 예산안 마련에 주력해야 할 국회라는 무대가 격렬한 대선 싸움판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 헌법재판관 인준안 시각차 =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특검법 처리를 놓고 승강이를 벌였던 여야가 정기국회 시작과 더불어 헌법재판관 후보자 5명의 인사청문회에서 2라운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할 후보자는 대법원장몫인 김창종 대구지방법원장ㆍ이진성 광주고등법원장, 국회몫인 안창호 서울고검장(여당 추천)ㆍ김이수 사법연수원장(야당 추천) 등 총 4명이다.
대법원장몫인 김ㆍ이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국회몫인 안ㆍ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각각 검증을 받는다. 여야 합의가 돼야 하는 목영준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0일 전후로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이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이 대검 공안기획관을 지낸 안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그를 추천하자 민주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안통이라는 지적도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위의 새누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은 “안 후보자는 그다지 결점이 없는 인사로 인사청문 과정에서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로 추천되는 목 재판관의 후임자는 여야간 눈치보기 속에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자격심사ㆍ국정조사 진통 지속 = 비례대표 부정경선 혐의를 받는 진보당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안 처리도 넘기 어려운 산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소속 의원 15명씩의 서명을 받아 이들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처리 시한에 대해서는 ‘조속히’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날짜를 못박지 않았다. 당분간 처리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새누리당은 가능한 한 빨리 자격심사안을 발의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진보당 차원의 제명 등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특위는 출범 자체가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현 정권에 국한해 조사하자는 주장이지만 새누리당은 과거 ‘노무현ㆍ 김대중 정부’ 때까지 조사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접점 찾기가 희박해 보인다.
◇대권주자 네거티브 검증전 = 12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야 대권주자를 겨냥한 상호 검증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계기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태세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는 MBC 대주주인 정수장학회 문제, 정무위원회에서는 박 후보의 동생인 박지만씨 부부의 저축은행 연루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번주 대정부질문에서부터 정수장학회 문제를 집중 질문하기로 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통령 선거가 추대대회가 돼서는 안된다”며 “박 후보에 대한 검증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정수장학회나 저축은행 사태 등을 앞세워 ‘박근혜 때리기’에 나설 경우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이 공보단을 신설해 언론인 출신들을 대거 투입한 것도 ‘네거티브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야당이 무책임한 공세를 이어가면 여당이 바로잡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유력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권 공식 ‘데뷔’에 대비해 물밑 검증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부실 국정감사ㆍ예산심사 우려 = 정기국회가 네거티브 정쟁으로 흐를 경우 내달 5일부터 20일간 진행되는 국정감사는 부실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이명박 정부를 청산하는 국감’으로 규정하고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대통령 친인척ㆍ측근 비리 등에서의 실정을 최대한 드러내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엄정 비판하면서도 야당의 무차별적인 정치공세는 막아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부 상임위를 중심으로는 새누리당 박 후보를 검증대에 올려놓겠다는 야당과 이를 차단하려는 여당의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이달 말 결정되는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원장의 단일화 여부, ‘박근혜 선대위’ 출범 등으로 선거전이 절정에 이르는 시점에 국정감사가 치러지기에 정치공방으로 흐를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2013년도 예산안 심사도 졸속처리가 우려된다.
여야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11월27일 시작되는 점을 감안해 11월22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여야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중심으로 서둘러 심사를 마무리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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