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금도 끊은 강기갑 만류에 신당권파 분당절차 일시 중단

물·소금도 끊은 강기갑 만류에 신당권파 분당절차 일시 중단

입력 2012-09-06 00:00
업데이트 2012-09-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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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단식 강대표 읍소

신구 당권파가 패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여 온 국회 통합진보당 의정지원단 회의실에 스스로 형벌을 받겠다며 물과 소금까지 끊은 강기갑 대표가 홀로 앉아 있었다. 5일까지 사흘째 단식 중인 그는 지탱하기조차 어려운 몸으로 봇물 터진 집단 탈당 행렬을 간신히 막아서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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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들어 달라”  분당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 의정지원단 회의실에서 사흘째 단식 중인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5일 “당원들이 기적을 만들어 달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기적을 만들어 달라”
분당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 의정지원단 회의실에서 사흘째 단식 중인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5일 “당원들이 기적을 만들어 달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지난해 12월 통진당을 창당하며 회의실에 내걸었던 ‘2012년 진보승리 집권실현’ 현수막도 ‘국민 여러분 통합진보당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 모든 것이 제 탓입니다.’로 바꿔 달았다. 그 밑에 이불 한 장을 깔고 앉아 “기적을 만들어 달라.”며 당원들에게 읍소하고 있었다.

통진당 신당권파는 강 대표의 만류로 김제남·박원석·서기호·정진후 의원 제명 등 분당을 위한 사전 조치를 일시 중단했지만, 단식이 끝나는 대로 곧 분당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구당권파의 ‘백의종군’을 전제로 분당 없는 혁신 재창당을 추진해 왔던 강 대표도 모든 협상이 결렬된 이상 분당을 막긴 역부족이란 점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자신의 단식에 대해 “속죄의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적이 일어났으면 한다. 설마 죽기야 하겠느냐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을 살리려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며 단식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구당권파에는 원망보다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그들은 약자였는데 강자인 줄만 알고 계속 패권을 청산하겠다고만 했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단식을 하며 구당권파를 왜 ‘강자’로만 여겼었는지를 계속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연기 나는 심지도 끄지 말고, 부러진 갈대도 꺾지 말라고 했는데, 단 한번 따뜻하게 다가가지를 못했다.”고 후회했다.

신당권파를 향해서는 “패권을 일소하고 시련을 딛고 제대로 된 진보로 가자.”고 말했다.

강 대표는 짧은 인터뷰에도 말을 잇기 힘들어했다.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며 질문 내용을 거듭 되물었다. 그러면서도 이 한마디는 힘 주어 말했다.

“용서를 구합니다. 모든 것이 제 탓입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2012-09-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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