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ㆍ16-유신 입장 고수… ‘미래비전’ 제시로 방향 잡은 듯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0일 5ㆍ16쿠데타와 유신체제에 대해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박 후보는 이날 5년4개월만에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유신에 대해 많은 평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다”며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말은 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청와대 출입기자 등에게 했던 말로 알려져있다.
이는 부친인 박 전 대통령 스스로 5ㆍ16 쿠데타와 유신의 공과(功過)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환기시키면서 과거사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아버지 3주기 때 재미작가가 아버지에 대해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한반도가 박 대통령을 만들어간 방법, 박 대통령이 한반도를 만든 방법을 동시에 생각해야 바른 평가가 나온다’고 글을 썼다”고 소개하면서 “그 글이 생각이 많이 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그때 지도자였다면, 또 이런 입장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이나 판단을 했을까 등을 생각하면서 객관적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몇십년 전 역사라 지금도 논란이 있고 다양한 생각이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역사가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나가지 않겠느냐”며 “그것은 역사의 몫, 국민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유신시대의 그늘’을 상징하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이 두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을 한번 한 적 있다”며 특정한 판단을 내놓는 대신 ‘역사의 몫’으로 넘겼다.
박 후보는 “박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사람들이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박 후보가 끊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생각은 안하느냐”는 질문에 “15년 정치하면서 나름대로 끊임없이 국민의 평가를 받아왔다”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시대에 주어진 일ㆍ사명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우리 현대사는 압축적 발전의 역사였지만 그 과정에서 굴절도 있었고 그림자도 있었다”며 “성과는 계승해서 발전시키고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면서 미래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이날 5ㆍ16쿠데타와 유신에 대한 입장 표명은 대권행보 초반 같은 톤의 언급으로 소폭의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고 이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입장 수정을 해야한다”는 주변인사들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여권 인사들은 박 후보가 관련 발언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면서 ‘박정희 시대’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기보다는 ‘미래’와 관련한 정책과 비전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게 대선전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박 후보는 유신체제 피해자들에 대해 “딸로서 사과드리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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