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텃밭으로만 가나”…각료·靑 출신 ‘험지차출론’ 부상

“왜 텃밭으로만 가나”…각료·靑 출신 ‘험지차출론’ 부상

입력 2015-11-12 11:23
업데이트 2015-11-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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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현역과 대결하겠다는 정부 출신, 최형두 김선동 박종준 3명 불과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 심판론’으로 새누리당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현직 장관이 사의를 표한 데 이어 친박(친 박근혜)계 장관들이 줄줄이 교체되고, 전·현직 청와대 참모진까지 가세해 내년 4·13 총선 판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면서 ‘물갈이론’이 여권 전체를 뒤흔들어 놓으면서다.

문제는 이들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서울 강남과 같이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있는 여당의 텃밭 지역에 몰려들면서 당내 반발 움직임이 점차 확산된다는 것이다. 물론 비박(비 박근혜)계가 중심에 섰다.

실제로 현 정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중 거론되는 20여명의 출마 예상자 가운데 야당 현역 의원이 있는 곳에 도전하려는 인물은 최형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경기 의왕·과천,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 김선동 전 정무비서관(서울 도봉을,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 박종준 전 경호차장(세종시,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 등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12일 SBS 라디오에서 “현 정부에 대해 평가받고, 야당을 심판하려면 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면서 “심판론, 평가론이 먹히지 않는 텃밭에서 나와서 무엇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18대(2008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48개 의석이 걸린 서울에서 40개, 경기 32개(전체 51개), 인천 9개(전체 12개)를 차지하며 압승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임기말인 제19대(2012년) 총선에서는 서울 16개, 경기 21개(전체 52개), 인천 6개로 불과 4년 만에 전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서울의 다른 현역 의원도 “장관이나 수석으로 경쟁력을 키웠던 사람들이 야당 현역의원들과 맞붙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대통령께서 ‘대국민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괜한 말씀을 했다고 본다”면서 “물갈이를 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해야겠지만 그것은 국민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특정 지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며 부인하지만 물갈이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사무총장을 지낸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특정 지역이나 계파를 향해서 말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전국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은데 이곳(TK)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더욱 높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제는 대통령의 입김에 의해 정치가 좌지우지되는 시대가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이 원론적 얘기만 해도 제 다리가 저린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와중에 “진실한 사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는 진박(眞朴·진짜 친박), 가박(假朴·가짜 친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를 구분해 당이 쫙 갈라지는 분위기다도 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주변에 박 대통령과 이런저런 과거 인연을 언급하며 “나 같은 사람이 진박”이라며 소개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결국 물갈이를 위한 전략공천이 이뤄진다고 보고 ‘선택’ 받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경제와 민생을 위한 대통령의 절실한 요청으로서 충정을 제대로 이해해 달라”고 총선 개입설에 선을 그었다.

전략공천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한 김무성 대표 측에서도 “진박, 가박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박 대통령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박 대통령의 인기를 등에 업고 출마해보려는 것으로서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와 비현역 출마자들은 여전히 당헌·당규에 규정된 ‘우선 공천지역’을 명분으로 전략공천을 강하게 요구할 태세여서 내년도 예산안이 마무리되는 내달초께에는 양측간 세력 대결의 공산이 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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