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조 나라살림 칼질 ‘막강’ 예산소위’증원논란’에 삐거덕

386조 나라살림 칼질 ‘막강’ 예산소위’증원논란’에 삐거덕

입력 2015-11-12 15:57
수정 2015-11-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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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경쟁치열…위원 9명→11명→13명→15명 계속 늘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재경 위원장이 12일 여야 원내지도부의 증원 합의에 이례적으로 제동을 건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이하 소위)는 정부 예산안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기구다.

예결특위가 국회가 가진 예산안심사권의 상징적 기구라면 소위는 예산안심사권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결정체나 다름없다.

이렇다보니 내년 20대 총선을 앞둔 올해의 경우 예결특위 위원 가운데 예산조정소위에 들어가려는 의원들의 요구가 여야 원내지도부에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의원들로서는 지역구 현안과 관련된 예산 확보가 공천 및 당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소위 위원이 되면 지역구 예산확보에 많은 잇점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는 상임위원회별로 취합된 예비심사를 비롯해 정부 원안, 예결위의 종합질의 및 부별심사 결과, 수석전문위원의 검토 의견 등을 토대로 사업별 증액·감액 수치를 구체적으로 조정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계수조정소위’로 불렸다.

이처럼 소위는 각종 사업 예산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재정 당국 공무원들과 함께 해당 예산을 늘리거나 줄이는 ‘칼질’을 담당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들어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예결위원 50명에 포함되는 게 ‘예선’이라면, 이 중에서 소위에 들어가는 건 ‘본선’에 해당한다”며 “특히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증액 심사에서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공무원과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위 위원은 지역구 의원에게 무척 매력적인 자리”라고 설명했다.

지역구 관련 사업 예산을 끼워넣거나 늘리는 증액 심사가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라는 점에서 소위에 들어가면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데 혜택을 본다는 것은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가 예결위의 의결보다 2명 늘어난 17명의 소위 명단을 발표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전날 김재경(경남 진주을) 위원장 및 김성태(서울 강서을) 간사와 서상기(대구 북을), 안상수(인천 서·강화을), 나성린(부산 부산진갑), 박명재(경북 포항 남·울릉), 이우현(경기 용인갑),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 등 8명을 소위 위원으로 발표했다가 오후에 이정현(전남 순천·곡성) 의원을 추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도 안민석(경기 오산) 간사를 비롯해 이인영(서울 구로갑), 정성호(경기 양주·동두천), 박범계(대전 서을), 이상직(전북 전주 완산을), 권은희(광주 광산을), 배재정(비례) 의원 등 7명을 소위 위원으로 잠정 결정했다가 최원식(인천 계양을) 의원을 부랴부랴 추가했다.

예결위가 지난 9일 의결한 새누리당 8명, 새정치연합 7명보다 소위 위원수가 각각 1명씩 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되려면 예결특위는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기존의 결정을 뒤집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자 김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원(15명)에 맞춰 양당이 소위 명단을 넘겨야지, 명단을 짜놓고 숫자를 다시 바꾸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기를 든 것이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소위 위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빚어졌다.

새누리당은 이번 소위에 이례적으로 수도권 의원을 3명(김성태, 안상수, 이우현)을 넣는 대신 올해 순번이 돌아온 호남 의원은 뺐다. 그러자 당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강력히 반발했고, 뒤늦게 이 최고위원이 추가되는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야당 측에서 제기됐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혜자(광주 서갑) 의원이 포함된 소위 명단이 돌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광주 몫은 이종걸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인 권은희 의원이 낙점됐다. 또 이 명단에 빠져 있던 박범계 의원은 지역구에 “소위 위원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알리려고 하다가 급히 보류했다는 후문이다.

계수소위 제도가 1964년 도입된 이래 국회는 소위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지만, 여기에 들어가려는 의원들의 수요는 늘 차고 넘쳤다.

소위 위원이 늘어날수록 의원들의 ‘예산 로비’ 창구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재정 건전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입장도 곤혹스러워진다.

9명으로 출발한 소위는 1990년대 11명으로, 2006년 13명으로, 2010년 15명으로 늘어났다. 만약 이번에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대로 17명으로 또 늘어나면 애초 규모의 배가 되는 셈이다.

예산 심의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대로 된 소위 심사가 가능한 규모는 13명이 최대치라고 본다”며 “수천건의 사업을 놓고 17명이 한 사람당 1분씩만 발언해도 1시간에 4건밖에 심사하지 못한다. 결국 400조원에 가까운 내년 예산의 대부분은 졸속으로 심사될 가능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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