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연말정국…해법도 없고 출구도 못찾는 여의도

혼돈의 연말정국…해법도 없고 출구도 못찾는 여의도

입력 2015-12-10 13:34
업데이트 2015-12-1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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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법안·선거구 획정·제1야당 내홍 모두 ‘시계제로’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100일 대장정을 마쳤지만, 민생과 경제를 좌우하는 주요 쟁점 법안은 끝내 미완의 숙제로 남고 말았고 임시국회가 다시 소집됐지만 앞길은 캄캄하다.

게다가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이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시한이 오는 15일로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과제는 산더미인데 ‘개점휴업’ 국회 = 여당의 단독 소집으로 10일부터 12월 임시국회의 문은 열렸지만 법안 심의를 위한 상임위 조차도 열리지 않은 ‘개점휴업’ 상태여서 교착상태에 빠진 현안들을 해결할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임시국회 전략을 원내지도부에 위임했지만 어떤 방침도 내놓지 못한 상태인데다 여야간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해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고, ‘헛바퀴’만 도는 공전국회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로 넘어온 밀린 과제들은 수두룩하고, 경제계와 노동계 등 이해관계자들은 여의도만을 쳐다보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풀어낼 의지도, 수단도, 도구도, 핵심 주체도 없는 ‘4무(無) 혼돈의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인해 내년부터 현행 선거구 자체가 무효가 되는 만큼 여야가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만큼은 땜질식, 우격다짐 식으로라도 마무리될 공산이 있어 보이지만, 경제활성화·경제민주화 법안, 테러방지법, 노동개혁 법안 등 주요 쟁점 법안들은 해를 넘길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19대 국회가 극도의 비생산성과 무기력함을 드러내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특수성과 이에 맞물린 의원들의 이기주의와 기득권지키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여야 모두 넉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에 기초한 ‘주판알 튕기기’와 의원 개인의 공천·당내 계파 간 지분 확보 문제에 매몰돼 국회 본연의 업무 인 국사(國事)는 뒷전으로 제쳐놓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여야는 그동안 국회운영 및 쟁점현안 처리와 관련해 우여곡절 끝에 몇차례 합의문에 서명해 발표했지만 당내 추인과정에 백지화되거나 각종 이유를 내세워 의도적으로 이행을 사보타지하는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이로 인해 예산안 및 현안 처리에서 번번이 법으로 정해져 있거나 여야 스스로 정한 시한을 위반해왔다. 이처럼 합의를 해놓고도 당의 이익이나 정국주도권 장악에 걸림돌이 되면 손바닥 뒤집듯 위반함으로써 정치권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제1야당 역할 방기하는 ‘아노미 야당’ = 특히 정부·여당의 국정 파트너이면서 정부 실정을 견제해야 할 ‘워치독(watchdog·감시견)’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총선을 앞두고 당내 지분을 둘러싼 계파 간 내분이 계속되면서 정기국회 내내 제1야당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새정치연합은 정기국회 막판 여야 원내 협상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책위의장이 사퇴하고 원내대표가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는 등 원내지도부가 당 내분 사태에 휘말려 ‘지도부 공백사태’까지 맞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의 대립으로 국정에 온전히 신경 쓸 여력이 없는데다, 당 지도부는 주승용 오영식 최고위원이 사퇴를 선언하고 안 전 대표의 탈당설이 불거지는 등 사실상의 ‘아노미’ 상태로 접어들고 있어 12월 임시국회에선 여야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에 기대는 ‘모래알 여당’ = 새누리당 지도부도 박근혜 대통령의 독려 속에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 테러방지 법안 등의 처리에 진력하고 있긴 하지만, 집권당으로서 정국을 주도하고, 주도적·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법안을 처리할 수 없는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정부·여당도 야당을 압박하는 전략에만 치중하면서 정치력과 협상력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공천제도에만 매몰돼 계파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완전 상향식 공천제 도입설에 현역 의원들이 오래전부터 국회 업무나 당무보다 지역구 행사에만 집중함에 따라 정부의 국정 과제를 추진할 단결력이 약화하는 ‘모래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이 과연 야당의 내분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얘기도 들린다.

◇비등하는 ‘정치권 심판’ 여론 = 주중 업무일에도 지역구에 오래 머무는 국회의원이 있을 정도로, ‘탈(脫) 여의도’ 현상은 여야 모두 공통적인 현상이어서 “도대체 국회의원인지 지방의원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마저 나도는 상황이다.

심지어 정기국회 폐회일인 9일 마지막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잠시 정회됐다 재개할 때는 의결 정족수(의원 정수의 과반)가 모자라서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해프닝까지도 빚어졌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국회 의정 활동은 등한시 한채 지역구에만 ‘올인’하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나자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회 회기중에 주 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상주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발상까지 내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9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인데, 막판까지 (현역 의원) 기득권만 지키고 총선 룰도 안 만들고 있다”면서 “의회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사람들이 영남, 호남에서 또 공천받아 당선되면 국민을 두려워 하겠느냐”면서 “국민이 분노만 하지 말고 이번 총선에서는 국회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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