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신당 “새정치연합과 연대·통합 없다” 선언에 3당 구도 현실화
‘안철수 신당’이 현실화되고 새정치연합과의 연대는 없다고 선언하면서 내년 총선이 3당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전멸 공포감’이 새정치민주연합 수도권 의원들을 덮치고 있다.박빙의 표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의 특성상 야권 후보 난립에 따른 표 분산은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이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야권 분열 등에 힘입어 내년 총선에서 180석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공언한 터이다.
실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수도권 전체 선거구 112곳(서울 48곳·경기 52곳·인천 12곳) 가운데 5% 미만의 득표율차로 당락이 좌우된 곳은 4분의 1이 넘는 31곳(27.7%)이나 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5곳, 경기 15곳, 인천 1곳이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1천표 미만의 표차이로 희비가 엇갈린 초박빙 지역도 수도권에서 서울 4곳(서울 성동을·중랑을·서대문을·강서을), 경기 5곳(성남 중원·안산단원을·고양덕양갑·고양덕양을·시흥갑)이었다.
여기에 한광옥 전 대표가 이끌던 군소정당인 정통민주당이 19대 총선 당시 서울 은평을, 서대문을, 송파병 등 수도권 6곳에서 야권표를 나눠가지면서 여당에 승리를 내줬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신당 바람의 위력은 물론 신당이 여야 지지층 어느 쪽을 더 잠식할지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의 여론 흐름으로 볼 때는 새정치연합으로선 수도권에서 충분히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4∼18일 전국의 유권자 2천843명을 상대로 실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총선 정당 지지도에서 새정치연합이 25.7%, 안철수 신당은 16.3%를 각각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정치연합 수도권 의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더욱이 새정치연합 주류측은 비주류 인사들이 탈당할 경우 빈 자리에 곧바로 제1야당 후보를 공천하겠다며 정면승부수를 던질 태세여서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신당행(行)을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도권의 예비군들이 충분히 축적돼 있는 만큼, 현역 의원이 탈당한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 공천할 것”이라며 “혁신 프로세스에 따라 물갈이와 영입을 통해 수도권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개인적으로 거취를 고민하고 있지만, 안철수 신당으로 탈당한 뒤 새정치연합에서 바로 제3의 인물을 공천해 ‘알박기’를 하면 3자 대결이라 승리 전망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고민이 커지고만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주류측 한 인사는 “이러한 현실적 구도 때문에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경우 당장 탈당하지 않고 당에 잔류하되 20대 총선에서 당선되면 안철수 신당으로 가는 조건으로 안철수 신당이 해당지역에 무(無)공천하는 쪽으로 신당측과 이야기가 오갈 개연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과의 연대·통합 불가론에 쐐기를 박았음에도 불구, 새정치연합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연대 또는 단일화 불가피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절박한 상황 때문이다.
비주류의 이종걸(경기 안양 만안구)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런 상태라면 야권은 필패이고 여권은 어부지리”라며 “안 의원도 여권에게 승리를 안겨주진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연대·통합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창(경기 의왕·과천) 의원도 교통방송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나와 “2008년 18대 총선의 경우 야권이 서울에서 48개 의석 중 7개만 당선됐는데, 지금 상황이 당시 보다 훨씬 더 어렵다”며 “어떤 식으로든 통합과 연대 움직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훈(경기 부천 원미을) 의원도 불교방송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수도권에서는 1천∼2천 표 사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신당 출현이) 치명타가 된다”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새정치연합과 (신당이) 연합이랄까 흡수랄까 이런 것을 모색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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