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현장 이모저모
지지자 1000여명 몰려 환호“시민들 만나는 게 더 의미”
당초 승용차 이동계획 바꿔
각종 의혹엔 직설화법 응수도
열차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 직후 부인 유순택씨와 함께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까지 이동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사당동 자택 앞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 직후 부인 유순택씨와 승용차 편으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에 도착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입국장에는 반 전 총장 팬클럽인 ‘반딧불이’, ‘반사모연대’ 회원을 비롯해 충주고 동문회, 각종 보수단체 회원들이 운집했다. F게이트 주변에는 반 전 총장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수십개 내걸렸다. 김숙 전 주유엔 대사를 중심으로 하는 공식 실무준비팀과 ‘반기문 귀국 환영대회 준비위원회’라는 비공식 지원 조직이 환영 행사를 동시에 주도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을 규탄하는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든 사람과 반 전 총장 지지자 사이 실랑이도 잠깐 있었다. 정치인 중에는 박진·이한성·김장실 전 의원, 유창수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이 얼굴을 비쳤다.
반 전 총장은 간단한 환영행사를 마친 뒤 단상에 올라 20여분간 귀국 메시지를 밝히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말이 잠깐이라도 끊기기만 하면 ‘반기문, 반기문’ 하는 연호가 쏟아졌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을 통해 쌓은 경험과 식견으로 젊은이들의 밝은 미래에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각종 의혹에 대해 직설 화법으로 응수했다. “외교관이라기보다 정치인에 더 가까웠다”는 평가도 시민들 사이에서 나왔다.
반 전 총장은 승용차를 타고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당초 계획을 번복하고 서울역행 공항철도를 탔다. 이도운 대변인은 “시민들과 만나는 것이 더 의미가 있겠다는 취지에서 일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소한 공간에 인파가 잔뜩 몰리면서 반 전 총장은 1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동안 시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인이다. 하지만 정권을 잡고 정책을 펼치는 대통령·국무총리와는 달리 중재를 하고 협상의 틀을 만들어 각국에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 규탄 촛불집회에 대해 “처음에는 우려 섞인 눈으로 봤는데, 100만명이 모여도 불상사가 없었고, 법원에서 청와대 100m 전방까지 행진을 허용했다”면서 “그런 것이 성숙된 민주주의의 표현 아니냐. 국민들이 잘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외국에서도 부럽게 쳐다본다”고 말했다.
충청 향우회, ‘반사모’ 회원 등 서울역에 마중 나온 지지자도 200여명에 달했다. 반 전 총장은 이들에게 완전히 포위되듯 둘러싸여 시민과의 인사 일정을 생략했다. 서울역 대합실을 빠져나가는 데에만 20분이 걸렸다. 사당동 자택 앞에도 수십명의 인파가 이미 진을 치고 반 전 총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도 마중을 나왔다. 반 전 총장은 3시간 30분의 전쟁 같은 귀국길 내내 함박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1-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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