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국민의당에 손 내밀며 ‘후보단일화’…남경필 ‘대연정’ 거론백가쟁명식 아이디어만 난무…주도권 다툼만 전개 양상
최순실 사태 이후 진보 진영에 속절없이 밀리고 있는 범보수 진영에서 위기극복 카드의 일환으로 각종 ‘연대론’이 떠오르고 있다.그러나 백가쟁명 식의 말만 무성할 뿐 연대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범보수 연대를 놓고 세력간 주도권 다툼이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7∼9일 전국 성인남녀 1천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각각 13%와 7%에 그쳤다.
두 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40%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범보수 진영의 대선주자 지지율 역시 안쓰러운 수준이다. 진보 진영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민주당 소속 대권 주자 3명의 지지율만 합쳐도 50%를 넘기고 있다.
이에 반해 범보수 진영은 출마를 선언한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5%를 넘기기 어려운 지경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 안팎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범보수 진영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대선출마 자체가 불투명한 데다 확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실정이다.
진보 진영의 득세를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인 범보수 진영은 합종연횡을 꾀하며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보수 진영의 ‘연대’를 강조하고 나섰다. 합당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연대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범보수 연대로 공동정권을 창출한 후 연립정부(연정)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며 연대에 이은 연정까지 주장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과의 연대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8명의 탈당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출마선언을 한 범보수 대권 주자 중 현재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다.
국민의당이나 새누리당 후보와도 단일화가 가능하지만 건전한 보수를 지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예컨대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후보가 된다면 단일화가 가능하지만 박지원 대표가 후보가 된다면 단일화가 불가능하고, 만약 새누리당에서 최경환 의원이 후보가 된다면 단일화는 생각도 할 수 없다는 게 유 의원의 입장이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주장은 ‘대연정’이다.
다만, 연정 상대로 새누리당은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새누리당과 손을 잡는다면 탈당까지 감행하며 바른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대연정 주장은 사실상 국민의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되면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후보 간 단일화뿐 아니라 바른정당 전체의 ‘복당’을 요구하고 있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탈당의 명분으로 삼은 인적청산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탈당할 이유가 사라졌으니 돌아오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TBS 교통방송에 출연해 “바른정당이 분당할 이유가 사라졌다”며 “작은 아들이 사업 혼자 해보겠다고 아버지 집에서 나갔는데 사업이 잘 안되면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당 차원의 복당을 촉구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안팎으로 문호가 열려있고 보수 단결의 한 방법인 연대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결국 보수적통인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새누리당 중심의 범보수 단결을 주장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이 같은 시각은 바른정당 대권주자와 당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새누리당과의 당대 당 합당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양당 모두 보수 진영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대선 후보마저 복수로 나뉘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아직은 서로를 견제한 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다만,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고 진보 진영 후보의 우세가 고착화하는 양상이 전개되면 양당이 보수 결집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면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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