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국민의당, 이미 법안 발의…6월 임시국회 통과 목표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강도 높은 검찰개혁 의지를 표명하면서 그 핵심으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은 새 정부와 보조를 맞춰 공수처 설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이다.
이 때문에 국회선진화법 등을 고려하면 공수처 설치가 국회 입법관문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기존 검찰처럼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가지면서 장·차관과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뇌물수수 등을 수사한다. 1996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의한 부패방지법에서 처음 거론됐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그동안 번번이 설치에 실패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초기에 공수처 도입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검찰의 반대에 가로막혀 끝내 실패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직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 속에 등장한 만큼 그동안 오랜 폐단으로 지적돼 온 검찰개혁을 성공시켜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둘러싸고 최순실씨의 이권개입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도 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아 ‘정권 눈치보기’라는 지탄을 받았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공수처 설치를 주요공약으로 강조한 만큼, 그 성공 여부가 초기 국정동력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물러설 수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권력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보고 새 정부와 함께 공수처 설치 법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8월 민주당은 국민의당과 공수처 신설법안을 공동발의했다.
제출된 법안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의 4촌까지 수사할 수 있고 국회의원 10분의 1 이상 요청으로 수사가 개시된다. 처장은 법조계 인사로 한다.
다만 민주당은 오는 16일 새 원내대표 선출 이후 본격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도 공수처 신설에 대해 찬성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8월 민주당과 공동발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국민의 불신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감시기능이 대단히 미약하다는 점”이라며 “검찰의 무소불위한 권력행사를 제한하고 자정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공수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 필수적인 야당과의 합의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공수처 설치로 검찰의 힘을 빼기보다는 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치개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수처를 설치한다 해도 검찰이 여전히 인사권을 놓고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면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재해 있다.
공수처 설치에 적극 찬성하는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의 의석수를 합하면 총 160석으로, 국회선진화법이 요구하는 의석수 180석에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가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며 설치에 부정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민정수석을 시켜 이것저것 다시 조사하라고 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보다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매개로 검찰을 좌지우지하는 풍토만 개선되면 된다”고 꼬집었다.
바른정당은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제출한 공수처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오신환 법사위 간사는 “공수처는 수사권·기소권을 다 갖고 있으면서 고위공직자 수사만을 위한 또 하나의 검찰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며 “경찰과 검찰의 수사 기능을 떼 와서 싱가포르의 ‘부패방지처’처럼 별도의 조직을 만들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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