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노무현, 치욕의 박근혜’…엇갈린 운명의 날

‘영광의 노무현, 치욕의 박근혜’…엇갈린 운명의 날

입력 2017-05-23 21:11
수정 2017-05-2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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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추도식에 文대통령·여권 총집결…9년만의 정권교체 ‘신고식’ 朴, 뇌물혐의 첫 재판…수갑찬 채 호송차 내려

‘9년만의 정권교체로 희열에 찬 김해 봉하마을’, ‘재판정에 피고인으로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

‘5·9 장미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2주만인 23일, 노무현·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운명이 엇갈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린 김해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 신분으로 추도식장을 찾기로 하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데 이어 뇌물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린 뒤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피고인 신세로 전락했다. 부은 눈가와 초췌한 얼굴빛의 박 전 대통령 왼쪽 옷깃에는 ‘503’이라는 수용자 번호가 적힌 둥근 배지가 달려있었다.

이날은 노 전 대통령에게는 하늘에서나마 서거 8년만에 정권교체의 기쁨을 맛본 환희의 날이 된 반면, 박 전 대통령에게는 치욕으로 기록된 날이 됐다.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의 표정도 확연히 엇갈렸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김해 봉하마을의 8주기 추도식장에 대거 집결했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스스로 ‘폐족(廢族)’임을 선언한 친노(친노무현)를 포함해 민주당의 화려한 부활을 확인하는 장이자 9년 만의 정권 탈환에 성공한 문 대통령의 ‘당선신고식’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당신께서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며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반면 한국당의 표정은 침통함 그 자체다.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 대통령직 파면으로 불명예 퇴진한 데다 뒤이은 대선에서도 역대 최대 표차로 패배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7월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질적 병폐인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싸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당내 권력투쟁에 빠져드는 양상마저 보인다.

한국당은 봉하마을 추도식에 당 대표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을 보냈고, 김성원 대변인 명의로 “분노의 정치가 아닌 통합과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는데 그쳤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대해서도 다른 당과 달리 공식 논평 없이 침묵했고, 친박계 의원들도 법원이나 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배성례 전 홍보수석, 허원제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이 재판을 참관했다.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역점정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감사를 지시한 이후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새삼 정치권의 논쟁에 휘말리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성급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가 주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감정의 앙금 탓에 새 정부가 ‘정치 감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오늘은 대통령의 날?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 노무현 대통령을 감격 방문. 노무현 대통령은 영광의 8주기. 박근혜 대통령은 치욕의 법정에 선다”며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음미한다”고 촌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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