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드 국회비준’ 신중입장…국정기획위에 업무보고

軍, ‘사드 국회비준’ 신중입장…국정기획위에 업무보고

입력 2017-05-25 15:43
수정 2017-05-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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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합의에서 배치 전 과정 설명…대선공약 이행 방안도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5일 국방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향후 5년간의 국방 과제와 대통령선거 공약 이행 방안 등을 점검하고 토의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위에서 개최된 국방부의 외교·안보 분과위원회 상대 업무보고에서는 현재 핵심 현안인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와 병사 복무 기간 단축 등 대선공약 이행 방안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 분과위원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에서 사드 배치는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오늘은 입장 변경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거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드와 관련해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사드 배치가 국내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시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사드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으로, 국회 비준동의 사항은 아니라고 한 입장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헌법 제60조 제1항은 국가 간 합의가 조약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면서 “주한미군 사드배치는 이미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별도의 새로운 조약 체결도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사드체계 배치에 필요한 부지 및 기반시설 제공도 이미 국회의 동의를 받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다만, 여권에서 국회 공론화 과정이 불가피하고, 배치 절차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국회 차원의 협의가 이뤄지면 관련 자료 제공 등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사드배치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절차에 의해 이뤄졌는지 등 그간 진행돼온 경과 위주로 보고했다”면서 “이번 보고가 끝이 아니므로 국정기획자문위와 여러 차례 조율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방부는 국회비준 동의 대상이 안 된다고 판단해왔지만, 만약 비준동의가 필요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미국 측과 재협의를 통해 그 결과를 조약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요청이 오면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과 실상 등을 상세히 보고해 국민적 합의를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기획위 내부에는 사드배치와 관련한 박근혜정부 정책 결정 과정을 짚어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업무보고에서는 병사 복무 기간을 육군 기준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 방안에 대해서도 기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국방부는 보고에서 병사 복무 기간 단축 문제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업무보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복무기간 단축과 관련해 “초보 단계에서의 논의만 진행이 됐다”고 말했다.

군은 복무 기간 1개월을 줄이면 병력은 1만1천여 명 부족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21개월에서 3개월을 더 줄이면 3만3천여 명이 부족해지고 여기에다 출산율 저하로 연간 부족분 2만3천 명을 더하면 최소 5만여 명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사 월급 인상에 대해서는 내년에 월 최저임금의 3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TV토론이나 유세 등을 통해 “병사의 봉급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50%인 70만 원 수준이 되도록 연차적으로 인상하고, 복무 기간도 점진적으로 18개월까지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국방’ 기조 하에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도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미는 오는 2025~2026년께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평시 전작권은 한국 합참의장이 행사하지만, 한반도에 전쟁 발발 징후가 식별되면 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자동으로 넘어간다. 한미는 전작권을 한국 합참의장이 행사하도록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했는지 등 구비해야 할 핵심 조건을 평가해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군 일각에서는 새 정부에서 전작권 조기 환수를 위한 핵심전력(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킬체인·대량응징보복체계) 확보에 예산을 적극 투입할 것으로 보이고, 현재 전환작업 진행 상태로 미뤄 2020년 중반에서 2~3년가량은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한미 간 합의한 ‘조건에 기초한 전환’ 원칙과 관련해서 그 조건을 재평가하거나 조정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기 환수 가능’ 등 단정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상태와 앞으로 진행될 과정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 ‘전략사령부’(가칭) 설치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문민화 등은 상부지휘구조 개선 등을 통해 실현하고, 국방연구개발(R&D) 예산도 대폭 증액할 것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스스로 국방을 책임질 수 있는 ‘책임국방’을 위해서는 북한의 군사위협을 확실히 억제할 수 있는 전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전작권 전환 시기 단축도 필요하다”면서 “강력한 국방개혁을 통해 국방예산을 효율화해서 책임국방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군을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수훈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위원장은 업무보고 시작전 모두발언에서 “이제 우리 국방은 우리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며 ‘책임국방’과 전작권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이 위원장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가운데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국방개혁을 추진해야겠다”며 “투명성 제고를 통해 고질적인 방산비리를 근절해야 하며 장병 복지, 군 인권 강화 이런 방면도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말로만 외치는 안보가 아니라 실제 정말 국민 생명과 재산을 유능하게 지켜낼 수 있는 실제 진짜 안보를 해야 할 때”라며 “문재인 정부 감히 얘기한다. 안보 하나만은 확실히 지킨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용현·김병기 외교·안보 분과위원과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김인호 기획조정실장, 김학주 국방개혁실장, 강병주 국방부 전력자원 관리실장, 황우웅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등의 국방부 간부들이 참석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오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방위사업 비리 척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수훈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강하게 말한 것처럼 방산비리는 국민들께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면서 방위사업 관련 업무는 “국가안보의 근간을 세우는 핵심사안이자 ”군(軍)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청은 현재 진행 중인 F-35A 전투기 도입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 및 KF-X에 탑재할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개발사업 등 대형무기사업 현황을 보고하고, 이들 무기도입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리를 차단하는 대책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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