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씨 일가 호화별장 주변서 미사일 시험발사…왜?

北, 김씨 일가 호화별장 주변서 미사일 시험발사…왜?

입력 2017-05-31 09:11
수정 2017-05-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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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참관 김정은 동선·숙박 등 고려해 발사장소 정하는 듯

북한이 최근 김일성 일가의 호화별장(북한식 표현은 특각 또는 초대소)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그 이유가 주목을 끈다.

북한 당국은 구체적인 발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 위성사진 등으로 확인된 발사 장소 주변에는 거의 어김없이 김씨 일가의 호화별장이 있었다.

31일 연합뉴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전략군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29일 오전 강원도 원산시 갈마반도 동쪽 해안도로에서 정밀 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신형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29일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뤄진 원산만에는 김정은이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낸 ‘602초대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정은은 권좌에 오른 이후에도 원산 초대소를 즐겨 찾았으며 2014년 7월에는 초대소 앞바다에서 해군 영관급 이상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팬티만 입게 한 채 왕복 10km 수영대회를 열었다.

앞서 같은 해 3월 중순에는 배가 불룩 나온 군단장급 장성들을 대상으로 엎드려쏴 자세로 사격대회를 개최한 곳도 해당 초대소 인근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는 또 김정은이 지난 2월 12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과 지난 14일 ‘화성-12’형 등을 발사할 때 준비 현장에 이틀간 머물며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극성-2’형과 ‘화성-12’형 미사일의 발사 장소는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일대였고, 이 때 김정은은 평북 창성군 소재 창성초대소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다수의 탈북민이 증언했다.

탈북민들은 “압록강변에 위치한 창성초대소는 풍치가 수려한 수풍호를 배경으로 삼기 때문에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면서“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즐겨 찾았던 만큼 김정은도 이곳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또 지난 27일 지대공 유도미사일 ‘KN-06’(번개5호)을 발사할 때 함경남도 함흥시 마전해수욕장 인근 서호초대소에 여장을 푼 것으로 보인다.

1950년부터 김일성 주석이 즐겨 찾았던 서호초대소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9년 10월 면담한 곳으로 남북 교류협력의 현장이다.

김정은은 또 지난 21일 오후 ‘북극성-2’형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에 연풍호 휴양소 시설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풍호 휴양소는 김정은이 지난 2013년 8월 과학자와 기술자를 위한 휴양소를 지으라고 지시해 이듬해 종합봉사소와 휴양각, 휴식터, 산책로, 다용도 야외운동장 등이 들어선 곳이다.

미사일 발사가 밤샘 준비 작업과 발사차량 이동 등을 거쳐 주로 새벽에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김정은은 인근 호화별장에 체류하면서 미사일 조립과 이동, 발사 프로세스를 현지 시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무한궤도형 이동식 발사차량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부터 발사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머무는 호화별장을 중심으로 미사일 도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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