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보고 누락’에 허위 해명으로 禍 자초사드 뿐 아니라 전 정부 외교·안보라인 조사로 확대 가능성
청와대가 국방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관련 진상조사에 착수 한 지 하루 만에 ‘의도적 보고 누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보고 누락과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방부가 4기 추가반입 사실을 보고서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드 추가반입 사실을 확인하고 민정수석실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의도적으로 사드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전날 밤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차장, 정책기획관 등 실무진을 상대로 밤늦게까지 진상조사를 벌여 보고서 초안에는 사드 발사대 6기 반입 사실이 포함돼 있었으나 강독 과정에서 2기 배치로 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민정수석실의 1차 조사는 보고서 작성 경위와 청와대 안보실 보고 때 사드 추가 반입내용이 보고됐는지에 우선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신속한 결론을 내린 측면이 있으나, 청와대가 불과 하루 만에 ‘의도적 보고 누락’을 발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문 대통령의 진상조사 지시가 있었음에도 국방부가 “26일 청와대에 보고한 사안”이라며 반박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것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전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새로 임명되면서 지난 26일 국방 주요 현안을 보고했다”면서 “그때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 조사결과 국방정책실장의 보고가 끝난 후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이 사드 담당 장성을 따로 불러 캐물은 후에야 해당 관계자가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실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방부의 어설픈 변명이 오히려 화를 자초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용히 경위를 조사한 다음 어느 정도 시점에서 공개할 수도 있지 않았나”라는 물음에 “국방부에서 이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해서 빨리 진위를 파악해 국민께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의도적 보고 누락’과 어설픈 변명으로 빌미를 제공한 만큼 청와대는 이를 계기로 사드가 배치된 모든 과정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의 외교 안보라인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우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사드 반입·배치 과정과 이번 보고 누락에 관련된 관계자를 조사하되, 사건이 커지면 검찰의 ‘돈 봉투 만찬’ 사건처럼 대규모 합동조사단을 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민정수석실은 초기 보고서에 기록된 ‘사드 발사대 6기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최종본에서는 삭제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구의 삭제를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 혹은 상부의 지시나 국방부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에 조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사드 반입·배치 과정을 조사하던 중 리베이트 등의 비리 혐의가 포착될 경우 전방위적인 방산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추가 배치처럼 민감한 데다 어차피 드러날 일을 지금까지 보고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왜 사드 추가 반입 사실을 감춰야 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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