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르는 ‘文 균형외교’…美·中 사이 ‘북핵 큰 그림’ 조율

시험대 오르는 ‘文 균형외교’…美·中 사이 ‘북핵 큰 그림’ 조율

입력 2017-11-05 11:51
업데이트 2017-11-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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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중 한·미, 미·중, 한·중 연쇄 정상회동서 성공 여부 가늠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의 키워드인 ‘균형외교’가 금주 들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북핵 문제를 놓고 중국으로부터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균형외교의 핵심으로, 금주중 예정된 한·미, 미·중, 한·중 정상간 연쇄회동이 그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가늠자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슈퍼위크’를 앞두고 이 같은 균형외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 3일 싱가포르 매체인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균형외교 추진의 가장 큰 동력은 지난주 한·중 양국의 사드 갈등 합의다. 단순히 관계복원을 넘어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국의 협력을 견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냄으로써 균형외교의 토대를 일정 정도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G2(주요 2개국)인 미·중 간에 긴장과 대립의 각이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놓고 협력 메커니즘을 조율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중이 서로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국이 양국 모두의 신뢰를 토대로 북핵 해법에 관한 ‘큰 그림’을 조율해내는 것이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자칫 명확한 좌표없이 ‘줄타기’식 외교로만 치달았다가 미·중 양국의 패권경쟁 사이에서 ‘샌드위치’ 형국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참여정부도 ‘동북아 균형자론’을 한때 꺼내 들었다가 미국의 부정적 기류로 인해 힘을 받지 못했고, 전임 박근혜 정부 역시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실용적 균형외교를 시도했으나 이후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사드배치 강행,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결국 좌초됐다.

이에 따라 금주 중 예정된 미·중 정상회동에서 양국이 어떤 관계를 형성해내고, 한국의 주도적 북핵 해결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우리 외교의 운신은 물론이고 한반도 주변 정세의 향방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미·중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갈등적 관계보다는 협력적 관계를 지향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균형외교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균형외교는 과거의 균형자론과는 달리 미·중 사이에서 기계적 균형을 잡자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굳건한 한미동맹이 기본이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취지로서 미국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복원 협상 과정에서 밝힌 ‘3불(不) 정책’, 즉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천명한 데 대해 동맹국인 미국이 어떤 공식 반응을 보일지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연합뉴스를 비롯해 아시아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3불 정책을 밝힌) 강경화 외교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며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유보적 발언을 내놨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 계기에 3불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가 균형외교 성패의 일차적 관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불정책은 기존의 정책과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미국이 이해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한 데에는 미국 측의 노력도 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균형외교의 또 다른 핵심포인트는 일본과의 ‘선긋기’이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고리로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적 행동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을 ‘제한적 협력’ 수준으로 묶어놓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북핵 공조를 두고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일본이 북한 핵 문제를 이유로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그것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과거 한국을 침략한 바 있는 일본과의 군사적 동맹 추진이 국민 일반의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큰데다 한·미·일 북핵 공조가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중국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을 양립하는 균형외교를 추진한다는 전제 하에서 일본과의 과도한 안보협력이 몰고올 수 있는 부정적 여파를 사전에 제거하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정권과 관계없이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을 아·태지역에서 패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 계기에 우리 정부의 스탠스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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