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의 한중일 정상회의…특별성명에 CVID는 안 담길 듯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2년 반 만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국과 일본의 지지를 끌어내는 게 일차적인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 철회,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역사 문제를 놓고 각각 중국, 일본과의 양자 관계에서 어떤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 北 비핵화 의지 환영한 中日…판문점선언 지지까지 끌어낸다
문 대통령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서 판문점선언에 담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동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리 총리와 아베 총리에게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필요한 3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최고위급으로 추정되는 인사가 중국 다롄(大連)시를 전격적으로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중 관계가 급속도로 밀착한 만큼 향후 비핵화 이행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일본과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한 우리의 로드맵을 이행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북미 간 신뢰를 강화하고 합의가 잘 이뤄지도록 모든 가능한 역할을 다 하고자 한다”며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요 관련국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중일 3국 간 실질 협력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이는 공동선언과 별도로 판문점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별성명을 추진하기로 하고 초안을 이미 중일 양국에 회람하게 했다.
일본은 특별성명에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표현
을 넣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 CVID에 사실상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에서 굳이 이를 명시적으로 담아 북한을 자극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흐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외에도 생화학무기까지 포괄하는 대량파괴무기 폐기를 거론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는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 북일관계 중요성 강조한 문 대통령, 본격적인 중재 나설까
문 대통령은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한미일 공조,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북일관계 정상화 등의 측면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북일 간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북일 관계가 정상화되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일관계 정상화는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일본이 전향적으로 협조할 확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핵화 논의와는 별도로 북일관계 정상화의 최대 관건이라 할 수 있는 납치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기회가 될 때마다 요청해 온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 역시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전한 만큼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필두로 문 대통령이 북일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 日과는 역사 문제·中과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 등 논의할 가능성 있어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6년 반 만에 이뤄지는 방일이다.
한중일 정상회의와 별도로 이뤄지는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한일 관계 개선에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이번에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함으로써 한일 간 셔틀외교도 완전히 복원된다”며 “양국이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도록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려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역사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불행한 역사로 고통받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피해들의 용서와 화해가 필요하다”면서도 역사 문제와 분리해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전임 정부에서 체결된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시사하는 한편, 이와는 별개로 한미일 공조 등 한일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그와는 별개로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리커창 중국 총리와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필요한 협력 방안과 함께 ‘사드 보복조치’ 해제의 신속한 이행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