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논의·회담연장’, 文 ‘남북미 희망’ 언급에 門은 안 닫혀‘6·12는 하나의 과정’ 백악관發 메시지…靑, ‘싱가포르 남북미 가능성↓ 판단아직 ’초청장‘ 안 와…싱가포르 회담 이후 ’제3의 장소‘서 할 수도
오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릴지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둘러싼 ‘빅딜’에 합의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남북미 정상이 곧바로 만날 수도 있다는 게 ‘싱가포르 남북미 정상회담’의 요지다.
만약 남북미 정상이 이번 기회에 만날 경우 북미 협상 결과물을 추동할 세리모니 차원에서 끝날지, 종전선언 같은 중대한 이벤트를 동반할지도 관심 포인트다.
일단 북미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가 확정되는 등 순항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합류할 여지는 여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싱가포르 남북미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누차 강조해온 만큼 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남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5일에도 “북한(과의 협상)은 매우 잘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는 트위터에 “필요하다면 (회담이) 그날(6월 12일)을 넘겨 연장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4일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은 협상 당사자인 북미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시그널은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4·27 판문점선언에 종전선언 추진 방향이 담기고 남북 간에도 긴밀한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까지 더하면 이미 남북 간에는 모처럼 찾아오기 어려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기회에 종전선언까지 치닫는 방안을 교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외교부 관계자들이 싱가포르에 파견된 점도 남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점친 정부의 사전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남북미 정상회담의 한 축인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싱가포르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쉽사리 접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 언급 이후 열흘이 넘게 남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에 대한 공개적인 메시지를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북미가 주인공인 6·12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이후의 사안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는데도 북미로부터 ‘초청장’을 받지 못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청와대는 남북미 정상 회동이 일정 시간 뒤에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최근 백악관발(發) 메시지들에도 주목하고 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지난 4일 6·12 북미정상회담을 ‘첫 회담’이라고 표현했다.
싱가포르 회담을 ‘하나의 과정’이라고 언급한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한 번에 해결하고 싶지만 협상이란 게 때때로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두 번째, 세 번째 회담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좌가 오는 12일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추후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종전선언의 전제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봤을 때, 6·12 북미회담이 성공으로 가는 북미 정상 간 만남의 한 과정이라고 한다면 문 대통령이 이번에 싱가포르를 방문해야 할 절박성과 적실성이 종전보다는 많이 옅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보다는 안 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며 “애초 6·12 북미정상회담을 ‘원샷’회담으로 가정했을 경우 우리도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던 것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6·12 회담을 하나의 프로세스라고 한 것은 굉장히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로서도 다소 여유가 생긴 것으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다음 기회로 미뤄진다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7월 27일이나 유엔 총회가 열리는 9월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종전선언의 상징성을 감안해 정상회담 장소로서의 효용성이 입증된 판문점도 거론된다.
다만 청와대는 종전선언이 아니라도 한국이 참여해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뒷받침할 모종의 이행단계가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찾아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여전히 ‘초청장’을 기다리면서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실무적인 준비를 위해서는 적어도 5일 전에는 통보가 와야 한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상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낮기는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 긴장의 끈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