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대통령 “다름을 차별 아닌 존중으로 받아들이는 게 인권”

[전문] 문대통령 “다름을 차별 아닌 존중으로 받아들이는 게 인권”

신성은 기자
입력 2018-12-10 10:48
수정 2018-12-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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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변화를 완성하는 것”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존중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인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세계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어떠한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변화를 완성하는 것이 인권”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인권과 평화를 향한 길에 국민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기념사 전문이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세계인권선언 70주년입니다.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모든 숭고한 노력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세계인권선언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했습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과 야만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전문과 각 조항에 담겨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고 천명했습니다.

이어지는 30개의 조항은 국가를 비롯한 그 어떤 권력도 침해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권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도 자유와 평등을 향한 치열한 투쟁의 여정이었습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갖기 위해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열망이 모였습니다.

종교계, 법조계, 시민사회도 힘을 보탰습니다.

우리가 모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곳곳에는 영광스러운 투쟁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사제들과 수녀들의 순교가 이어졌습니다.

성당 안쪽 뜰에 순교자를 위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군사정권의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에 항거했던 민주항쟁의 진원지도 이곳이었습니다.

1987년 6월 10일 오후 6시, 민주주의를 알리는 종소리가 나지막이 성당을 채웠고 그렇게 시작된 민주항쟁은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갔습니다.

마침내 군사독재의 시대를 끝냈습니다.

2년 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 회복시킨 촛불의 물결도 예외 없이 이곳에서 타올랐습니다.

오직 국민의 힘으로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는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그 역사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아로새겨졌고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무궁무진합니다.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를 가지며 노동자는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최근 많은 국민들이 아동폭력 문제를 염려하고 계십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문제가 된 아동 양육시설에 아동 인권에 대한 직무교육을 권고하고 관할 관청에 특별 지도점검을 실시하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아이들이 학대와 폭력에 장기간 노출될 때 건강한 발육과 정서적 안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정신병원 환자에 대한 사물함 검사에 대해서는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구금시설 수용자에 대해서는 적절하고 전문적인 의료 처우를 제공할 것을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에 권고했습니다.

최근 차별과 혐오가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습니다.

최영애 위원장님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앞장서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자신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인권은 일상에서 실현될 때 그 가치를 발합니다.

국가인권위의 노력은 우리의 삶 속에 인권을 뿌리내리게 할 것입니다.

한때, 국가인권위가 사회의 중요한 인권현안에 눈과 귀를 닫고 관료화되어간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었지만 다시 약자들 편에 섰던 출범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국가인권기구로 인정받았던 활약을 되살려주길 바랍니다.

대통령으로서 약속합니다.

국가인권위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활동을 철저히 보장받을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도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8월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존중에 관한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이 나날이 향상되고 인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중에 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여기 계신 인권활동가 한분 한분의 진정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 멉니다.

한반도의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평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의 첫 초안을 작성한 존 험프리는 “전쟁의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킬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세계인권선언 서문도 “인류의 존엄성과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고, 인권을 통해 평화가 확보되는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입니다.

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자유와 정의, 평화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 함께 실현되길 기대합니다.

우리의 노력은 전 세계에 희망이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대성당을 둘러보니 건축양식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서양식과 전통 한국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서로의 본질을 잃지 않고, 존중하며 평화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건축과정도 경이롭습니다.

모금 활동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조금씩 모으며 87년 동안 성당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인권도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존중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어떠한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변화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또한 인권을 무시할 때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세계인권선언의 역사와 의미를 담아 행사를 잘 준비해주신 인권위원회 관계자 여러분께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인권과 평화를 향한 이 길에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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