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北 입장에 대해 美 전달 역할 요구하는 듯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22일 북미협상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외교부의 올해 업무계획을 언급하며 “현실적으로 지금 남조선 당국은 말로는 북남선언들의 이행을 떠들면서도 실지로는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남조선은 중재자가 아니고 플레이어”라고 선을 그은 지 일주일만이다.
그간 북한의 대남 지칭 용어가 지난해 중재자에서 올해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플레이어로 바뀌었고, 이날 다시 당사자로 변한 것이다.
우선 최 부상의 ‘플레이어’ 발언은 북미 간 중재 역할에서 북한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는데 아쉬움을 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최 부상의 발언에 대해 “좀 더 분석해봐야겠지만 한국과 문 대통령의 역할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좀 더 세게 해보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이날 당사자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은 북미 간 교착상태를 푸는 데 한국이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단, 당사자라는 표현에는 중재자를 넘어 미국에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단계적 비핵화 등 북한의 입장을 적극 반영토록 해달라는 의미가 들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 역시 핵심당사자로서 적극 북미 접촉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중재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또 북미 간 입장차가 현재로서는 너무 큰 상황이어서 우선은 2차 하노이 협상 결렬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끝날 때까지 신중하자는 목소리가 더 큰 상태다.
이번에는 북한이 응답할 차례라는 판단도 있다.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큰 제안을 던졌는데 북한이 그에 대한 답을 줄 준비가 안된 채 회담이 열려서 결과가 그렇게 됐는데, 이제 북한이 응답함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입증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