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1주년 기념행사 참석 대신 영상 메시지 보내 축하남측 단독 행사에 반응 없는 北…文대통령 중재역 고심 깊어져트럼프 “김정은과 훌륭한 관계” 재차 강조…‘톱다운’ 방식 해법 모색 지속
4.27판문점선언 1주년, 한반도기 흔들며 임진각으로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대회 참가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기념대회가 열리는 임진각으로 출발하고 있다. 2019.4.27 연합뉴스
통일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이날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4·27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먼 길’을 주제로 문화 공연을 개최하지만, 문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그 대신 행사장에서는 4·27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는 문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될 예정이다.
길지 않은 분량의 메시지에는 1년 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의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인 문 대통령이 불참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4·27 정상회담 1주년이 그만큼 맥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한다.
정부가 지난 22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행사 계획을 통지했지만 정상회담의 또 다른 주역인 북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문 대통령의 불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정부가 북측을 이번 행사에 공식 초청하지도 못한 채 문화행사로 치르게 된 것은 최근의 남북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과 궤를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 지속해서 4차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볼 방안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낼 메시지를 받아 왔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이 메시지가 문 대통령에 의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정을 놓고 보면 교착 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될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아 미국의 정확한 의중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가에서는 다음 달 25∼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방문하는 데 이어 6월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찾는 계기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문 대통령으로서는 G20 정상회의 전까지는 어떻게든 김 위원장을 만나는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음에도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러시아로 향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북러 밀착이 더 가속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에 필요하다면서 ‘6자 회담 재개’ 카드까지 꺼내 들어 ‘비핵화 협상 방정식’의 변수도 늘어난 양상이다.
북러, 나아가 북중러 협동 전선이 공고해질 경우 여태껏 만들어 온 북미 정상 간 ‘핵 담판’ 구도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점은 문 대통령에게 적잖이 고민스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겉으로 보이는 북미 정상 간 신뢰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나는 북한과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정은과 훌륭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문 대통령이 지속해서 강조해 온 ‘톱다운’ 해결책의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문 대통령으로서는 ‘비핵화 과정의 포괄적 합의와 그것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원칙에 따라 북미 간 중재 노력에 집중하는 게 최선인 상황으로 보인다.
북한에는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 등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라고 설득하는 동시에 미국에는 최종단계로 가는 과정에서 비핵화와 상응 조치의 단계적 이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납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