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욕먹는 자리… 국회의장 수난사
문희상 국회의장이 2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듣던 중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지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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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야당의 타깃이 된 이유는 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제1당 출신 정치인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의장은 무소속이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외면할 수 없고, 이에 따른 정파적 선택은 상대 당의 공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4+1(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민주당 출신인 문 의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당은 지난 24일 문 의장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도 예고했다.
국회의장이 내린 결단 때문에 반발을 사고 고소·고발을 당한 사례는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다. 18대 국회 전반기 의장이었던 한나라당 출신 김형오 전 의장은 2010년 1월 2일 노동관계법을 강행 처리했다. 당시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의원들은 반대토론과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지만 김 전 의장은 “장내 소란이 있는 가운데 실시되는 의사진행 발언은 의사 진행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김 전 의장은 찬반토론도 6명에게 각 5분씩만 허락했다. 의장석 주위를 에워싼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 전 의장의 본회의 진행을 엄호했다. 반대토론이 끝나자 표결 절차를 시작했고, 야당 의원들은 표결을 거부하고 일제히 본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민주당은 김 전 의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이었던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전 의장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임기 초반 오히려 야당보다 여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성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직권 상정은 없다”고 공언했던 정 전 의장은 결국 2016년 2월 23일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해 친정의 요구를 들어줬다. 이후 국회선진화법 이후 사상 최초 필리버스터가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실시됐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1당이 되면서 민주당 출신 정세균 의원이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뽑혔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 전 의장은 2016년 9월 23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통과를 위해 국회 일정 차수를 변경해 대정부 질의를 중단시켰다. 이후 정 전 의장은 바로 본회의를 개의해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을 상정했다.
결국 새누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 170명이 해임 건의안 찬반 투표를 진행해 가결시켰다. 이 일로 이정현 새누리당 전 대표는 정 전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7일간 단식 투쟁에 나섰다. 이후 새누리당은 정 전 의장을 직권남용과 허위 공문서 작성,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19-12-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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