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입력 2011-07-25 00:00
수정 2011-07-2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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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6자회담 동력 생겼다” 美·日 “낙관론 시기상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한 비핵화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해빙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리 남북 접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신중했다. 중국 전문가들이 “동력이 생겼다.”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까지 이어질지는 시기상조라며 온도 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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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만남은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의 첫 단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3단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전보다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낙관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6자회담보다는 미국과의 1대1 협상을 선호해 왔다.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들이 현재는 성숙돼 있지 않다.

→남북 수석대표가 2년 7개월 만에 만난 동기는.

-양측이 긴장이 더이상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압력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바로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런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6자회담 재개 위한 장애물은.

-아직 공통 의제조차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대화 무드를 타고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나.

-회의적이다.

→미국이 대북 식량을 지원할까.

-그럴 것이다.

●브루스 벡톨 미 안젤로 주립대 교수

→6자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돼야 할 사안들이 있다. 분명하게 비핵화 과정에 들어서야 하고 천안함 사건 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남북 대표가 만난 동기는.

-아마도 북한이 일시적으로 도발보다는 외교를 택한 것 같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도발 중단 의지를 보여 주지 않는다면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한·미가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핵사찰 수용과 핵실험 중단 등을 북한이 수용할까.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례를 보면 북한은 핵시설을 완전하고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까.

-가능하다. 북한은 많은 경제적·정치적 양보를 기대할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6자회담이 곧 재개될까.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동력이 생겼으니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공전돼 당사국들의 재개 욕구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접촉으로 변화의 기운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일단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각국의 자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역할은.

-지금까지도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의장국으로서 각 국을 상대로 재개조건 마련을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번 남북 접촉을 계기로 중국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됐으니 조만간 움직임이 있지 않겠는가. 북·미 대화는 북한이 더 적극적인 만큼 미국이 수용하면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건은 한국 정부의 입장인데 한국으로서도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돼 순차적 대화 명분을 살린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교수

→6자회담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6자회담 재개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목적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가 재개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6자회담 재개 이후의 성과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재개했을 때의 안건이 관건이 될 것이다. 북한의 행태로 봤을 때 북한의 비핵화가 과연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이미 6자회담 재개에 동의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합의에 따라서는 곧 재개 수순에 돌입할 수도 있다.

→북한은 아직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사과하지 않았는데.

-북한은 끝까지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이 전제조건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한국 정부 역시 부담 때문에 거둬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고집을 받아들일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북·미 대화 전망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미국의 결단이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측의 불신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6자회담 재개 전망은.

-남북 대화와 6자회담은 내년 2~4월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 대문을 여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런 큰 행사만으로도 볼 때 내년에는 남북 간에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6자회담 재개하는 데 걸림돌은.

-남북한은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계기로 수면하에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여부가 걸림돌이 될 것이지만 오히려 이런 과제가 놓여 있어 남북한이 정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남북한의 대화 국면이 지속되면 이명박 정권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북·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

-북·일 관계는 납치 문제로 인해 당분간 답보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일본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북한에 대화를 제기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6자회담과 남북회담에서 커다란 진전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일본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 박홍환·도쿄 이종락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7-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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