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속초해전 재조명] ‘승조원 실수로 피침’ 결론… 명예회복 길 막혀

[1974년 속초해전 재조명] ‘승조원 실수로 피침’ 결론… 명예회복 길 막혀

입력 2013-06-28 00:00
업데이트 2013-06-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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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조사단 보고서 통해 본 사고원인과 진상조사 문제점

해경 863함 승조원들이 서해 연평해전 희생자들과 같은 예우를 받지 못하는 데는 당시 피격 사고가 근무자들의 실수에 의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한몫했다. 당시 사고 이후 정부는 내무부와 국방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꾸려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결론은 863함 승조원들이 일방적인 과실로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최근 40년째 국가기록원(성남)에 보관 중인 ‘863함 피격 사건에 대한 내무·국방부 조사단 진상조사서’를 해양경찰청 및 국가기록원의 도움으로 입수,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승조원들의 일방적인 실수라기보다 해군 등 당시 군 당국의 부적절한 대응이 더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A4 용지 10장 분량의 이 진상조사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위해 당시 해양경찰청 작전상황실 등에서 근무했던 함정 및 항해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진상조사서의 문제점들을 되짚어 봤다.

진상조사서에는 당시 863함이 레이더 고장으로 추측 항법을 실시해 함 위치 결정이 부정확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863함은 속초 기지에서 현 위치까지는 어떤 계기도 사용치 않고 항해 가능한 경찰들로 구성돼 항해 및 함 위치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해경은 해군의 작전에 따라 움직여 당시 해군이 레이더로 863함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근무 태만이 사고 원인이었다면 해군의 직무유기도 함께 거론됐어야 했다는 게 당시 작전상황실 근무자들의 전언이다.

또 당시 해경 863함은 작전명령에 따라 해군 57함 바로 인근 해역을 분담했다. 이때 해군 57함은 861함과 863함의 작전명령에 따른 위치를 알았고 863함이 레이더 고장으로 통제 불능이라는 보고에 따라 속초로 귀항토록 했고 863함의 경계 해역을 861함이 맡도록 했다. 863함은 시계가 안 좋아 레이더를 가지고 있는 해군에 귀항 침로를 요구했다. 따라서 해군은 북의 선박이 남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도 레이더가 고장난 해경 863함에 통지하지 않았던 이유를 당시 작전상황실 근무자들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 맹인이 깊은 구덩이에 빠지도록 내버려 둔 것과 다름없었다는 것이 당시 동료 경찰들의 증언이다.

26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간 해경 863함 피격 사건도 역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였던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육상에서 타격 견제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음에도 구출작전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물론 전투기 등의 지원 요청도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더구나 당시 동해안에는 북방한계선 일대 전 해역을 통제할 수 있는 레이더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단지 해안으로부터 일정 거리마다 해경정(100t급), 해군 전투함 PCEC(3~400t급), 해군 전투함DD(약 1000t)가 수평으로 각각 배치돼 있었고, 이에 따른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다. 한마디로 해경 863함의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 해경과 해군을 비롯한 군 당국이 총체적으로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속초해경 작전상황실에 근무했던 서모(62)씨는 “당시 군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초기 대응에 임했더라면 북방한계선을 넘거나 교전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면서 “레이더 고장이란 돌발 상황으로 많은 동료 경찰이 숨진 데다 제대로 명예회복조차 이뤄지지 않아 너무나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3-06-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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