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만의 ‘전면개정’ 새 원자력협정 무슨내용 담았나

42년만의 ‘전면개정’ 새 원자력협정 무슨내용 담았나

입력 2015-04-22 16:19
업데이트 2015-04-22 16: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2일 타결된 새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는 사용후 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의 증진이라는 우리의 3대 협상 목표에서부터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을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한 요소까지 고루 담겼다.

40여년 전 체결된 현행 협정과는 원칙에서나 구체적 내용에서나 전면적으로 다른 모습의 협정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 주권존중·상호 통제’협력 제도기반’ 마련

정부에 따르면 새 협정의 대표적 원칙 가운데 하나는 현행 협정처럼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인 통제를 받는 체제에서 벗어나는 ‘호혜성·상호성’이다. 원자력 협력에서 일방의 주권 침해가 없도록 한다는 원칙도 곳곳에 반영됐다.

일례로 새 협정 전문에서 양국은 핵비확산조약(NPT) 당사국으로서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에 대한 ‘불가양의 권리’를 이례적으로 확인했다.

우리가 미국 원전에 수출한 장비에 대해서는 우리도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양국 간 원자력협력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해서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과 우리 외교부 차관이 공동 의장을 맡는 상설 고위급위원회가 신설된다.

고위급위원회는 양국의 원자력 협력에 관한 정례 협의를 매년 열게 되며, 산하에는 ▲ 사용후핵연료 관리 ▲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 원전 수출의 증진 ▲ 핵안보 등 4개 분야의 실무그룹이 설치돼 상시 논의를 하게 된다.

고위급위원회 설치는 한미 양국의 전략적 원자력 협력관계를 제도화하는 의미도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협력 관계를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한미간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 사용후핵연료 연구 제약 완화…파이로도 길 터

구체 내용을 보면, 종전 미국으로부터 건건이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던 미국산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일부 형상·내용 변경 활동을 국내 시설에서 자율성을 갖고 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현재 보유한 연구시설에서 사용후핵연료의 특성 등을 확인하는 조사(照射)후시험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의 전반부 공정인 전해환원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가 이뤄지는 시설에 카메라 설치 등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따른 안전조치(safeguard)를 시행해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장기적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으로 검토하는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서는 오는 2020년까지 진행될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 결과를 갖고 양국이 고위급위원회에서 협의해 합의하면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은 공동연구 결과를 평가하는 데 적용할 일정한 기준과 절차를 두는 등의 방식으로 파이로프로세싱의 추진경로(pathway)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사용후핵연료를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제3국에 위탁해 재처리할 근거 또한 새 협정에 포함했다.

협상 과정에서 양국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특성 연구’ 등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수송·처분에 관한 15개 세부 기술협력 분야를 선정했으며 앞으로 협력을 추가할 근거도 마련됐다.

정부가 이렇듯 다각적인 자율성 확대를 꾀한 데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리나라에서 아직 진행중이라는 점이 배경이 됐다.

정부 당국자는 “어떤 (관리)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협정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런 내용이 협정 구석구석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 저농축 추진 가능성 ‘경로’ 마련…장비 재수출 원활화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차원인 우라늄 농축 관련 내용은 기존 협정에는 명시적으로 들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개정을 거치며 새로 포함됐다.

미국산 우라늄에 대한 저농축 추진 가능성에 관한 메커니즘을 마련했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고위급위원회에서의 협의를 통해 양국이 합의하면 20% 미만까지의 저농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핵비확산성뿐 아니라 기술적 타당성·경제성 등의 고려 요소와 관련된 기준·절차가 새 협정에 포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연료 수급에 비상 상황이 일어나면 한미가 서로 연료 공급 지원을 협의할 수도 있도록 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고자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 노력해야 한다고도 명시됐다.

우리의 원전 수출을 원활히 하는 데 실질적으로 제약을 해소한 부분은 ‘제3국 재이전’에 대해 포괄적인 동의를 확보한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들여온 원자력 부품이나 장비를 우리 업체가 가공해 재수출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대상국이 한미 모두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면 미국으로부터 건건이 동의를 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재수출이 가능해졌다.

원자력 교역 촉진을 위한 별도 조항과 더불어, 양국이 서로 수출입과 관련한 인허가를 신속히 발급하도록 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들어갔다.

◇ 암 진단 방사성동위원소 본격 생산…핵안보도 협력

이번 협정 개정으로 국민 생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변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몰리브덴 99’를 지금까지는 전량 수입해 왔지만 앞으로는 미국산 우라늄을 사용해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항공 운송료로 인한 비싼 진단비용, 수입에 따른 공급 차질 가능성 등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는 내다봤다.

3대 협상목표와 함께 실무그룹 설치 분야로 선정된 ‘핵안보’는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 위험성이 문제로 부상하는 오늘날 관심이 높아지는 주제다.

핵안보 실무그룹을 통해 양국은 테러 위험에 공동 대처하고 대량살상무기 및 핵물질 확산 방지 등에 대해 협력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원자력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새 협정 체결을 통해 공조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