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2번째 MDL 말뚝 너머 北초소…맑은 날 북한군 어획모습 보이기도

1292번째 MDL 말뚝 너머 北초소…맑은 날 북한군 어획모습 보이기도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15-06-21 23:52
업데이트 2015-06-22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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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65주년 앞둔 동북단 GOP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이곳이 북한 땅이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여기는 우리가 못 들어가는 지역입니다. 북한군이 저쪽에서 그냥 달려오면 넘어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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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전선 이상없다”
“동부 전선 이상없다” 지난 16일 강원 고성의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경계작전에 투입된 육군 22사단 장병들이 철책의 이상 여부를 점검하며 이동하고 있다.

고성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 최전방 일반전초(GOP)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북한군 병사 1명이 전날 화천 경계초소(GP) 인근에서 하룻밤을 기다렸다가 귀순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155마일(약 248㎞) 비무장지대(DMZ)의 동북쪽 끝에 위치한 마지막 GOP 고가초소다.

멀리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세워 놓은 1292번째 군사분계선(MDL) 말뚝이 보였다. 서쪽으로 인천 강화에서 동쪽으로 강원도 고성까지 200~300여m 간격으로 세워진 1292개의 말뚝은 이곳에서 동해를 만나 끝이 난다. 마지막 말뚝 너머는 북한군이 관할하는 DMZ다. 고가초소 오른쪽으로는 해안 모래사장까지 이어진 원형 철조망이 검게 감겨 있었다.

경계 근무에 나선 장우현(20) 일병은 “해무가 해일처럼 밀려오는 날이면 순식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면을 보고 있으면 북한군이 언제 넘어올지 몰라 약간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 1명이 직접 GOP 철책을 넘어와 생활관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 사건이 있었다. 해안가의 완만한 평지에 접하다 보니 1996년 이후로만 일곱 번의 귀순 사건이 발생해 일가족 5명을 포함한 11명이 귀순한 곳이라고 했다. 맑은 날이면 고가초소에서 1㎞ 남짓 떨어진 북한군 GP가 직접 보인다. 북한군 GP 뒤로 낙타의 등을 닮아 낙타봉이라고도 불리는 ‘구선봉’과 구선봉을 비추는 얕은 호수 ‘감호’가 눈에 들어온다. 북한군은 감호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조개와 고기를 잡는 어획 활동을 자주 벌인다고 한다. 그 감호 앞의 너른 평지가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한 ‘DMZ 세계평화공원’의 세 후보지 중 하나라고도 했다. 북한군은 1980년부터 1983년까지 군사분계선에서 2㎞ 떨어진 비무장지대 북방한계선을 군사분계선 방향으로 1.7㎞ 당기고 진지를 구축했다. 구선봉과 감호 앞까지 경계선을 당겨 전략적 우위를 갖겠다는 목적이었다.

아군도 이에 맞서 GOP 철책선을 800여m 앞 능선으로 옳겼다. 이에 따라 이곳 고가초소와 북한 GP의 거리는 불과 1㎞ 남짓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가끔 북한군의 휴식 시간과 교대 시간이 되면 지하 벙커로 된 초소에서 나오는 북한군의 모습을 쌍안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김시현(20) 일병은 “처음 근무를 서다 북한군을 직접 보면 신기했다”면서도 “DMZ에서는 북한군보다 고라니를 더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이날 유엔사 정전위 관계자들은 금강산으로 연결되는 7번 국도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DMZ 안으로 들어갔다. 동해선 경비대장 박현령(35) 대위는 “정기적으로 인원이 들어갈 때마다 호송훈련과 경계작전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유사시 구출 임무까지 맡는 기동타격대 장병들은 방탄차 안에서 긴장된 표정이었다.

동해선 철도는 2007년 한 차례 남북 시험열차 운행이 이뤄진 이후 한 번도 열차가 달리지 못했다. 지금은 국적 없는 새와 고라니만이 넘나드는 이 길이 다시 따뜻한 만남의 길이 되길 기대하며 발길을 돌렸다.

고성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5-06-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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