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 서울신문DB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새해 국민의힘에 보내는 쓴 약 세 봉지’ 글에서 “이대로 가면 모든 것이 위험하다. 나라가, 국민이 불행해진다”며 이같이 적었다.
김 전 의장은 “정치인 윤석열에게 묻는다”며 “정치권 등장 반년, 당의 대권 후보로 뽑힌 지 두 달 만에 지지했던 많은 국민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려 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아니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후보의 현재 모습에 대해 “정치 변화의 주역은커녕 여의도 정치 한복판에 주저앉은 사람으로 비친다”며 “정치를 바꾸겠다면서 구식 문법으로 답한다. 말에 설득력이 없고 진정성이 묻어나오지 않는다”고 평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미지가 문제”라며 “정치의 샛별, 미래의 설계자, 개혁의 완성자라는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고언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맨 오른쪽)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과 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 1. 2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특히 “크든 작든 말실수가 잇따른다. 상대 후보의 식언(食言)을 실언(失言)으로 상쇄시켜주는 형국”이라며 “수습 태도나 능력 또한 떨어지고, 번번이 타이밍을 놓친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 전 의장은 그 이유를 다섯 가지로 요약 분석했다.
우선 ‘정치신인 윤석열’로서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며 “선거 전략의 오류”라고 짚었다.
그는 “(윤 후보가) 기성 정치인인 이재명과는 확연히 다른 나만의 매력을 부각해야 하는 데 더 나은 점을 내세우려다 보니 엇박자가 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과 기본 방향은 되돌아보고, 어투·행동·인사법도 모두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말은 하는데 메시지가 없다. 말의 절제가 부족하면 실언·허언처럼 들린다”며 말 수를 줄이라고도 조언했다. 발성, 화법에도 “소리는 거칠고 강하지만 핵심도 강조점도 불분명하다”, “여의도 정치 꼰대들이 하는 말처럼 들리니 젊은이들은 물론 중장년층도 매력을 못 느낀다” 등 신랄한 비판을 내놨다.
김 전 의장은 지난 1978년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할 당시 강영훈 외교안보연구원장에게 발탁돼 외교안보연구원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대통령 정무 비서관을 거쳤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당을 추스르는 데 기여했다. 2008년 7월 제18대 전반기 대한민국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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