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민심탐방-내게 대선은 [ ]다] (5) 베이비부머 ‘58년 개띠생’ 에게 듣다

[선택 2012 민심탐방-내게 대선은 [ ]다] (5) 베이비부머 ‘58년 개띠생’ 에게 듣다

입력 2012-11-05 00:00
업데이트 2012-11-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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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에 울고 은퇴 후 막막… 장밋빛 ‘인생 2막’ 결정할 [노후]다

6·25전쟁 이후 출산율 증가에 따른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생을 일컫습니다. 그 절정기를 이룬 이들이 1958년 개띠생들입니다. 당시 인구조사에 따르면 1955∼1957년생은 70만명대, 1959∼1960년생은 80만명대였지만 1958년생은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진학·취업·주택 등 모든 것이 치열한 경쟁이었습니다. 중·고교를 추첨으로 입학한 ‘뺑뺑이’ 세대이며, 소를 판 돈으로 대학을 갔다고 해서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40대 들어서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벼랑 끝에 내몰렸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은퇴 이후의 삶은 또 다른 도전과 불안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58년 개띠생들에게 이번 대선은 ‘노후’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만큼 ‘노후’가 보장되고, 은퇴 이후 안정적인 ‘노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여건과 계기가 이번 대선을 통해 마련될 수 있기를 이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58년생은 현직에 있는 사람, 퇴사하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 이미 사업을 하는 사람 등 세 부류다. 첫 번째는 아직 고민이 시작되지 않았고, 두 번째는 비참하고, 세 번째는 힘겹게 버티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정보기술(IT) 중소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용근(54)씨는 58년 개띠생의 현재를 이렇게 요약했다. 박씨는 2000년까지는 잘나가던 회사원이었다. 1985년 대학을 졸업한 뒤 대우그룹에 입사, 재무분야에서 일했다. 박씨는 4일 “당시에는 새벽 1시에 퇴근해도 꿈과 희망이 있었지만 결국 망했다.”면서 “그나마 나는 사업이라도 해서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다른 친구들은 받아주는 회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하고 택시운전을 하던 친구가 승객으로 직장 후배를 만났는데 그렇게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노후를 위해 매달 월급에서 내던 국민연금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씨는 “국민연금을 1988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넣었는데 얼마 전에 확인해 보니 받을 수 있는 돈이 매달 100만원도 안 되더라. 화가 나서 뭐라고 했더니 ‘그래도 선생님은 많이 받으시는 편’이라는 말에 그냥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참 삶을 바보스럽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박씨는 “시골에서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은 집에서 땅 팔고 소 팔아 서울로 보내 공부시켰다. 대학도 보내고 회사도 들어갔지만 지금은 다 잘렸다. 반면 고향에 그대로 남은 친구들은 땅값이 올라 오히려 그 친구들이 노후 걱정 안 하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꽃집을 하는 조남우(54)씨는 요즘 장사가 안 돼 걱정이 늘어간다. “하루 종일 있어도 손님 구경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조씨는 금호공고를 졸업하고 피혁 가공기계를 만들던 공장에 들어갔다. 그는 “잘나갈 때는 직원이 120명까지 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결국 부도가 났다.”면서 “월급도 한푼 못 받고 나와서 그해 말 큰 자본금이 필요 없다는 권유에 꽃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용산공고, 성동기계공고, 덕수상고, 선린상고 등 공고나 상고를 나와도 천대시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언제부터 공고나 상고를 졸업했다고 하면 천대하고 몇 명의 고졸자를 채용했다는 게 뉴스가 될 정도”라며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곱씹었다.

국제협상전략연구소를 직접 차려 운영하고 있는 이종선(54)씨는 또래보다 비교적 일찍 다른 길을 찾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무역회사에 들어가 폐지, 와이셔츠에서부터 반도체 기계까지 안 다뤄 본 품목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39살 되면서 이대로는 힘들다는 생각에 혼자서 영어와 협상학 등을 배워 연구소를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강연 등을 통해 2년 전 빌라를 사면서 빌렸던 은행대출을 최근에야 다 갚았다는 이씨는 스스로를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라고 했다. 살아온 날도 적지 않지만 앞으로도 20년은 더 넘게 살아야 한다면서 “결국 이번 대선은 내가 앞으로 살아갈 20년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인 셈”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이 베이비붐 세대를 아우르는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씨는 58년생들이 산업화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해외에 돈으로만 원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 세대인 이들을 보내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게 하자는 것이다.

조씨는 실현 가능한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후보들 모두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발전도 강조했다. 그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나만 잘살면 된다’는 걸 강요하고 있지만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 혼자만 잘살아서는 소용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화훼단지에 꽃집이 12곳 있는데, 나 혼자만 열심히 했을 때는 80원을 벌지만 옆집도 열심히 해 단지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면 100원을 벌 수 있다.”면서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 전체가 발전해야 복지도 일자리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씨는 대선 후보들 모두 정책이 아니라 네거티브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들이 연예인처럼 국민에게 잘 보이려고 아양을 떨어서는 안 된다.”면서 “생명공학 등 신동력 산업 육성, 대기업의 지방 이전 등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2-11-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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