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東西대결 구도 흔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과 호남의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여야가 각각 대선 승리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하는 ‘지지율 저항선’이 뚫리고 있는 모양새다. 더욱이 지역구도 타파 등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가세로 이번 대선은 전통적인 동서 대결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이전 대선까지만 해도 PK에서 여야 후보에 대한 지지 구도는 ‘7대3’을 형성했다. 이 지역에서 야권이 거둬들인 최대 득표율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얻은 29.9%였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PK에서 66.7%를 얻어 노 후보를 146만표 앞섰지만 다른 지역에서 밀리면서 전체 투표에서는 57만표가 뒤졌다. 새누리당은 PK에서 승리의 마지노선을 ‘6대4’로 보고 있는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야권의 두 후보가 모두 이 지역 출신이라 반전 요인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PK 전체 유권자는 630여만명이고 대선 투표율을 60~70%로 가정하면 이번 대선에 걸린 표는 380만~440만표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02년 대선과 비교할 때 PK에서만 100만표가량을 까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호남에서 ‘지지율 70%’의 벽을 위협받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여야 지지 구도가 ‘9대1’이었다는 점에서 ‘이상 신호’를 넘어 ‘비상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72.0%의 지지율을 얻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 후보가 얻은 호남 지역 지지율이 평균 93.4%(광주 95.2%, 전남 93.4%, 전북 91.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 포인트 이상을 까먹고 있는 상황이다. 3자 대결에서도 문 후보는 20.9%로, 46.9%의 안 후보에 밀리고 있다. 민주당 아성 지역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반대로 박 후보가 문 후보와의 대결에서 얻은 18.0%의 지지율은 역대 여권 후보가 호남에서 얻은 한 자릿수대 지지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박 후보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인사 등을 대거 영입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호남에서 승리를 위한 마지노선을 ‘득표율 85%’로 잡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 지역 유권자는 400만여명, 대선 예상 투표율을 60~70%라고 가정했을 때 이번 대선에서는 240만~280만표가 걸려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무소속 안 후보의 가세로 지역 중심의 여야 대결 구도가 상당 부분 완화된 측면도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12-10-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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