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적 내세워 대북 지원 ‘거리두기’?

정부, 한적 내세워 대북 지원 ‘거리두기’?

입력 2010-09-13 00:00
업데이트 2010-09-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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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북 수해 지원을 하면서도 대한적십자사(한적)을 내세워 표면적으로는 북한과 ‘거리두기’를 꾀하는 분위기다.

 한적은 지난달 26일 수해지원 의사를 북측에 전달한데 이어 같은 달 31일 지원품목과 규모(100억원) 등 세부 계획을 담은 통지문을 북측에 다시 전달했다.

 이 같은 제의에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한적의 자체 판단도 상당부분 작용했겠지만 북측을 견인해 내려는 고도의 정치적 고려가 깔린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해지원에 필요한 100억원 가운데 일부 긴급구호품은 한적 자체자금에서 충당하지만 90% 이상은 정부 자금인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지원 요청한 쌀과 시멘트 등에 대한 지원 여부와 규모는 사실상 정부 차원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대북 수해지원이 유난히 한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인택 통일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전체회의에 출석,“한적은 정부가 아니며 한적 차원의 긴급구호 성격이다”,“한적이 수해지원을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다” 등 ‘한적 차원’의 대북 지원임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러나 대북 수해지원 제의에 대해 북측이 “쌀,시멘트,중장비를 지원해달라”며 지난 4일 역제의한 사실을 정부가 7일 언론 보도 때까지 한적에 알리지도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현 장관의 ‘한적 차원’ 언급은 궁색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13일 오전 대북 수해지원과 북측이 제의한 이산가족상봉과 관련해 유종하 한적 총재가 한적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정부의 대북 거리두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정부는 뒤로 빠지고 철저히 한적을 앞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는 ‘천안함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책임 인정과 사과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대북지원을 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북 수해지원에도 5.24조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북 수해지원 및 북측의 이산가족상봉 제의와 관련해 5.24조치를 상당히 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이번 기회를 남북관계 선순환을 위해 활용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5.24 조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보류하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순수 인도적 지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우리 국민의 방북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은 북측의 제의대로 금강산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고,이 경우 5.24조치에서 불허하고 있는 남측 이산가족의 방북은 불가피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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