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발 새판짜기’와 가열되는 ‘한반도 외교전’

‘평양발 새판짜기’와 가열되는 ‘한반도 외교전’

입력 2010-09-28 00:00
수정 2010-09-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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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외교.안보지형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진원지는 북한이다.44년만에 노동당 대표자대회를 소집한 북한 김정일 정권이 후계체제 구축을 공식화한 것이 정세변화의 새로운 촉발점이 되고 있다.

 이는 북한 내부 체제정비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앞으로 대외관계의 변화를 강력히 추동해내며 한반도 정세의 ‘평양발 새판짜기’ 흐름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주변 4강의 역내 패권다툼 움직임은 정세변화의 진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중.일간의 영토분쟁,미.중간의 환율갈등,중.러간의 밀착 흐름이 복잡하게 뒤엉키면서 한반도 역학질서와 이를 둘러싼 정세전반이 커다란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28일 노동당 대표자대회로 가시화된 북한의 후계구도 공식화 행보는 앞으로 대외관계 변화의 촉매제로서 주목받고 있다.

 내부 다지기를 마무리한 북한으로서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큰 틀의 ‘외교적 게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남한에서부터 시작해 미국과 일본,나아가 6자회담 당사국 전체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대화공세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한 북핵 협상과 대미관계 라인을 일제히 승진시키는 것은 사전정지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의 태도변화를 고리로 한 6자회담 재개흐름이 본격적인 동력을 얻을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제재흐름 속에서 막다른 코너에 몰린 북한으로서는 일정한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새로운 틀’의 6자회담에 시동을 걸면서 다시금 회담 당사국들을 대상으로 ‘특유의 핵게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대남.대미 유화무드를 조성하고 비핵화를 향해 전향적 제스처를 취할 경우 이미 에너지가 응축된 6자회담 재개흐름은 급격히 물꼬를 틀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의장국으로서 6자회담 논의의 주도권을 쥐려는 중국이 당장 회담 소집으로 ‘화답’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고 남북관계 개선을 선행(先行)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한.미.일도 어떤 식으로든 호응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한반도 안보논의에 발을 담그려는 러시아는 당연히 적극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말 천안함 사건이후 신(新)냉전식 대결구도에 갇혔던 한반도 정세는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본격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앞으로 ‘데탕트’가 형성되고 6자회담이라는 다자 안보무대가 재개되더라도 한반도 정세의 전반적 흐름은 과거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고차방정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포스트 천안함 국면의 길목에서 미.중.일.러 등 주변 4강의 외교각축전이 첨예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도 미.중.일.러간의 달라진 역학관계가 변수다.특히 ‘파워차이나’라는 존재 자체가 불확실성의 원천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도광양회(韜光養晦)의 기치 아래 몸을 한껏 낮춰온 중국이 천안함 후속대응과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계기 삼아 이른바 ‘대국굴기’라는 패권주의적 힘의 외교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북아 역내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키면서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환율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외피는 경제.무역갈등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세계 패권을 겨냥한 G2(미.중) 차원의 기싸움이라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베이징의 힘을 대외에 과시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대치전선을 잉태해내며 자칫 ‘외교적 부메랑’으로 중국에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일본 민주당 정권 등장이후 느슨해졌던 미.일 동맹이 다시 강화되고 있고 중국의 위협에 긴장한 아세안(ASEAN)은 미국 쪽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반대로 러시아는 중국과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

 미.중.일.러는 6자회담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외교각축의 향방에 따라 6자회담 재개흐름과 속도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는 주변열강들의 외교전을 예의주시하며 한반도 현안논의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능동적이고도 창의적인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다자안보무대인 6자회담 재개 흐름을 우리 정부가 ‘원칙’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주도하면서 동북아 역내패권 갈등의 ‘안정판’ 역할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달말 베트남에서 열리는 제13차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11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도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중요한 공간이라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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