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보다는 위기감 고조시켜 충성유도 전략”
북한이 국내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정은 부자의 사진을 사격 표적지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의 사격 표적지 사용을 ‘특대형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군사적 보복을 가하겠다고 위협한 것을 시작으로 대남비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비난에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해 대내방송인 조선중앙방송, 대외방송인 평양방송, 대남인터넷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매체가 총동원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5일 논설을 통해 “역적패당의 반공화국대결책동이 ‘체제통일’ 소동으로 강화되고 나중에는 우리의 최고존엄을 헐뜯는 참을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어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남측을 겨냥했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 대한 각계각층의 반응을 연달아 전하며 대남 강경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이들 매체는 평양방직공장, 황해남도 안악군의 마명협동농장, 황해북도 사리원의 피복공장 등을 찾아 주민들의 거친 반응을 가감없이 전했다.
내각 사무국 국장, 김일성대 법률대 강좌장, 평양 보통강구역 품질감독소 감독원, 농근맹중앙위원회 위원장 등 언론계, 교육계, 노동계 등 북한의 사회 각계 인사들이 남쪽을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우리는 한 몸이 그대로 총탄이 되고 포탄이 되어 이명박 깡패 역도들에게 쌓이고 쌓인 원한과 참고 참은 분노를 터쳐 지구상에서 영영 쓸어버리고야 말 것”이라거나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을 피할 자리는 지구상에 없다는 것을 역적패당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이처럼 대남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난이 실제 군사보복으로 이어질 개연성보다는 ‘내부 결속용’의 성격이 짙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이 북한에 거듭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에서 무력도발을 감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북한주민 상당수가 아직도 존경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 김일성 주석 등 최고지도자에 대한 적대행위를 내부적으로 널리 알려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체제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려는 전략적 성격이 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주민들의 대남비난이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이런 견해에 무게를 실어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과 대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면서 대외적으로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며 “현 상황에서 도발로 얻을 것이 없고 정부도 김 위원장 등의 표적 사용을 자제하기로 한 만큼 실제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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