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에 文조화 보낸 靑, 2주 만에 공식 브리핑서 첫 “피해자” 호칭

박원순에 文조화 보낸 靑, 2주 만에 공식 브리핑서 첫 “피해자” 호칭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7-23 19:13
업데이트 2020-07-2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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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 최우선에 위로”… 13일 브리핑 때는 ‘피해 호소인’

문재인 대통령 조화가 1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조화가 1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던 청와대가 박 전 시장이 숨진 지 2주 만에 공식 브리핑에서 ‘피해자’라고 호칭하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고위 공직자의 성 비위에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청와대의 원래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피해자 측이 전날 ‘적법하고 합리적 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그 내용에 공감한다”면서 “피해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박 전 시장의 의혹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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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인사 발표및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0.6.26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인사 발표및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0.6.26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10일 노영민 “충격적” 메시지 외 靑침묵
박 전 시장 사건이 발생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의 빈소를 찾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충격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 외에 청와대는 침묵 기조를 이어왔다.

강 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 당시에는 여당과 마찬가지로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날은 ‘피해자’로 호칭했다.

다만 청와대가 ‘피해자’라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에 대해서는 2차 가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서울시가 진상규명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로 넘어간 것으로 안다”면서 “진상규명 결과 사실관계가 특정되면 더 뚜렷한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추가 언급은 없었냐’는 질문에 “적절한 때 그런 내용을 전할 수 있을지는 진상규명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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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과하는 이해찬 대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과하는 이해찬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시정 공백에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 호소인의 고통에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당 대표로서 통렬한 사과를 드린다”며 사과했다. 2020.7.15/뉴스1
이해찬 15일 “‘피해 호소인’ 고통 위로”
서울시도 “피해 호소 직원” 명명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당 차원에서 처음으로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사과하면서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를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같은 날 입장 발표 때 ‘피해호소 직원’이라는 말을 썼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피해 사실이 내부에 공식적으로 접수되고 조사 등이 진행돼야 ‘피해자’라는 말을 쓴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시장 비서실 남자 직원의 성폭행 사건 당시에는 고소한 직원을 ‘피해자’로 지칭한 바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혁신과 통합’ 함께했던 박원순
‘혁신과 통합’ 함께했던 박원순 지난 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박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북악산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 기동대원과 소방대원, 인명구조견은 이날 0시 1분께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진은 박 시장이 2011년 야권 대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단인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함께한 모습. 2020.7.10.
연합뉴스
피해자 변호사 “피해호소인은 용어 퇴행”
16일 이후 일주일 만, 靑 “피해자에 위로”

이에 대해 16일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 고소인 A씨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여권 등에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피해호소인’ 용어는 퇴행”이라면서 “그런 용어가 어디 있나. (만약 있다면) 피해자라고 적힌 법을 다 바꾸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A씨를 대리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3일 기자회견에서부터 A씨를 “위력 성추행 피해자”로 지칭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10일 입장문에서 “피해자의 용기를 응원하며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변호사가 피해 호소인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한 지 일주일 만인 이날 피해자로 A씨를 부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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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고 공개한 비밀대화방 초대문자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고 공개한 비밀대화방 초대문자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2020.7.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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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사?도서관 앞에 청테이프로 박원순 비난 문구
서울시청사?도서관 앞에 청테이프로 박원순 비난 문구 14일 오전 서울시청사 정문 앞에 설치된 안내 팻말 위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는 청테이프로 글자를 만든 이 게시물을 직접 붙였다고 주장하는 사용자의 글이 이날 오전 5시 27분께 올라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히 누가 언제 게시물을 붙였는지는 지금으로서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고소고발 등 여부는 시 내부에서 논의를 해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7.14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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