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수강료·급행 면허 꼬드겨… 불법 제동장치에 무보험
14일 오전 서울 대치동 강남경찰서 정문 앞 도로. 영하 14도의 강추위에도 4~5명의 호객꾼이 행인을 붙잡고 “한번 연락해보세요.”라며 분주히 명함을 건넨다. 명함에는 ‘A운전학원’이라는 업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다.직접 전화를 걸자 담당자가 “붙을 때까지 강습해준다. 현금은 45만원, 카드는 50만원”이라며 수강을 권유한다. 경찰서 옆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을 찾는 마음 급한 면허시험 재응시자들과 방학기간 중 운전면허를 따려는 18세 이상 청소년들이 타깃이다. 경찰청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무등록 자동차운전면허학원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운전면허시험장 주변에서 ‘불법 운전교습’ 행위가 활개를 치고 있다. 정식 학원보다 싼 수강료로 3~7일내에 면허를 따게 해준다며 고객을 모은다. 하지만 조수석에 제동장치를 불법으로 부착한 개조 차량이 대부분이고 보험도 들지 않아 수강생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운전면허교습 적발건수는 2006년 138건에서 2007년 248건, 2008년 338건, 지난해 1~6월까지 128건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도로교통법상 무등록 운전학원에서 돈을 받고 교습을 할 경우 적발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경찰 단속은 쉽지 않다. 상당수 불법학원 운영자들은 면허응시자에게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은밀히 접촉하기 때문에 현장을 덮치기 어렵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한 학원 관계자에게 교습 장소를 묻자 휴대전화로 “강남경찰서 앞으로 오라.”고 말한 뒤, 다시 “노원역에서 기능시험연습을 한다.”며 장소를 이리저리 바꾸는 치밀함을 보였다.
호객꾼을 붙잡는다해도 처벌(10만원 이하의 과태료)이 경미해 몇 달 뒤 다시 불법교육에 나서기 일쑤다. 불법 운전교습 행위자를 적발해도 벌금형이 90% 이상이어서 재범 확률이 높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강사의 진술을 받아 혐의를 입증해도 대개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다시 불법교육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걸려도 벌금형… 버젓이 호객영업
지난해 ‘광복절 특사’ 이후 불법학원 집중단속이 시작되자 사업자등록번호와 전문학원지정번호를 위조해 온라인에서 광고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불법 운전교습을 받은 회사원 김성희(30·여)씨는 “일반학원 수강료의 절반인 40만원만 내면 된다고 해 갔더니 실제 차가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 운전만 가르쳐 황당했다.”면서 “도로주행 강사도 개인 승용차로 교습해 사고가 날까 무서워 그만뒀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0-01-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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