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꿩 잡는 매’…대전서 매 사냥 시연회

‘역시 꿩 잡는 매’…대전서 매 사냥 시연회

입력 2010-01-23 00:00
수정 2010-01-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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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쌔고 강인한 매의 기상을 배우고 싶어요”

’천년의 풍류, 매 사냥 공개 시연회’가 열린 23일 오후 3시 대전시 동구 이사동의 고려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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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전시 동구 이사동 일원에서 열린 매 사냥 공개 시연행사에서 참매의 일종인 ‘수진이’가 꿩을 사냥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매 사냥의 2010년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유산 목록 등재를 기원하고, 매 사냥의 보존과 전승, 대중화를 위해 마련됐다. 연합뉴스
23일 대전시 동구 이사동 일원에서 열린 매 사냥 공개 시연행사에서 참매의 일종인 ‘수진이’가 꿩을 사냥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매 사냥의 2010년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유산 목록 등재를 기원하고, 매 사냥의 보존과 전승, 대중화를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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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사냥용 매를 조련하고 관리하던 ‘응방’을 따서 이름 지어진 고려응방은 대전시 무형문화재(매사냥) 8호인 박용순 응사(51.한국 전통 매 사냥보존회장)가 운영하는 곳으로, 이곳은 이날 오전부터 TV와 영화 등에서만 접해 온 매 사냥을 직접 확인하려는 동호인들과 취재진들로 북적댔다.

이날 행사는 매 사냥을 보존하고 대중화하는 한편, 2010년 유네스코 세계인류 무형유산 등재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고려응방에서 기르는 수진이와 보라매, 송골매 등 사냥 매에 대한 소개, 동물위령제, 꿩과 토끼 사냥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사냥 시연에 나선 ‘수진이(3~4년 된 참매)’는 하늘을 호령하는 맹수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질긴 가죽도 너끈히 뚫을 수 있다는 날카로운 발톱과 강인한 힘으로 도망쳐 날아가는 꿩을 잽싸게 낚아챘다. 수진이는 ‘퍽’ 하는 소리가 50여m 밖에서 구경하는 동호인들에게 들릴 정도로 꿩을 공격했다.

충격을 받은 꿩은 그대로 논바닥으로 곤두박질했고, 수진이는 꿩을 낚아채 끌고 내려와서는 날카로운 부리로 이내 공격을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동호인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전 중구에 사는 김하늘(11)양은 “순식간에 꿩을 공격하는 수진이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며 “TV에서만 보아오던 매사냥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날 매 사냥 모습을 앵글에 담으려고 이곳을 찾았다는 사진동호인 유길선(54)씨는 “매는 예로부터 선비의 용맹과 배반하지 않는 지조 등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역시나 용맹스럽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라며 “오늘 행사를 계기로 우리의 전통 매 사냥 문화가 계승 발전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산에서 사는 매를 잡아다 키우면서 매와 인연을 맺게 됐다는 박용순 응사는 “매와 인연이 된 지 40년이 됐고, 매 사냥이 대전시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안 되면서 매 사냥 전승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올해는 매 사냥이 꼭 세계인류 무형 유산에 등재돼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역사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응사는 이어 “매는 당근과 채찍이 아닌 당근과 사랑으로 길들여야 한다. 정성과 사랑이 없으면 야생의 매를 절대로 길들일 수 없다”며 “매를 아끼고 이해해야 매도 응사를 신뢰하게 된다.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동호인들이 안전하게 매 사냥을 할 수 있도록 행정기관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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