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설’ 파장에 불교계 혼란 속 촉각

‘외압설’ 파장에 불교계 혼란 속 촉각

입력 2010-03-23 00:00
수정 2010-03-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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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스님 “정리 1순위 명진, 2순위 수경 소문” 발언도

 삼성동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한 배후에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발언 이후 불교계는 크게 혼란스러워하면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교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불교계 내에서는 종단 내부의 일에 외부인사 개입설을 밝힌 명진스님을 유감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외압설은 간과할 수 없으며 자초지종을 밝혀야한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종단 내부 일이 산문 밖으로

 명진스님이 현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계속해왔다고 해서 여권 인사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이 사실이라면 적절치 못한 것이라는데 불교계의 시각이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명진스님 개인에 대한 지적이 곧바로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는 것 역시 불교계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발언사실을 부인하고,발언 전달자인 김영국씨는 발언사실이 있다고 확인한 가운데 “설사 그런 발언이 있었더라도 그 발언과 직영사찰 전환 문제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비약”이라는 의견이다.

 이런 의견을 내는 쪽은 조계종 중앙종회가 지난 11일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안건을 찬성 49표,반대 21표로 통과시킬 당시 자승 총무원장은 통과되더라도 올해 11월까지인 명진스님의 임기는 보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한다.또 직영사찰로 전환되더라도 직영사찰 초대 주지(재산관리인)는 명진스님에게 맡길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적도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원담스님은 23일 언론브리핑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이 중앙종회에서 가결됐지만 현 주지스님의 임기는 당연히 보장해야한다는 것이 총무원장의 입장으로,따라서 총무원은 봉은사 주지 발령을 11월까지 유보한 상태”라고 확인했다.

 조계종 모 스님은 “5월21일이 부처님오신날인데 이 문제가 계속 갈 경우 불자들의 실망이 커질까 걱정”이라며 “부처님오신날에 절에 오는 불자들의 발길이 줄어들면 1년간의 절살림에 차질이 생긴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총무원의 소통부재가 낳은 혼란

 봉은사 문제의 출발점은 총무원의 소통 부재다.1994년 지정된 직영사찰을 16년 만에 새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총무원이 봉은사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못해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직영사찰을 늘리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쪽에서도 “왜 이 시기에 급작스럽게 진행을 해 파란을 일으키느냐”,“총무원장이 지난해 선거과정에서 했던 여러 공약들에 대한 말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무리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명진스님도 21일 일요법회에서 “종무회의(3월3일)에서 직영안건을 의결한 후 총무부장 영담스님이 전화를 해와서 비로소 직영사찰 전환을 알았다”며 “도대체 누구와 소통을 한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총무원 기획실장 원담스님은 23일 “명진스님의 지적처럼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당시 종무회의에서 의결하긴 했지만 그 안건이 중앙종회에서 통과될지 확신을 못한 상태였다.종회 승인을 받은 후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사전 소통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설명일 뿐이다.

 특히 스님들 뿐 만 아니라 사찰의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봉은사 신도들과도 과연 총무원이 얼마나 소통을 했는지는 의문이다.이에 따라 21일 봉은사 법회에서 신도들 사이에서 “봉은사가 조계종에서 탈퇴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감정적인 발언도 나왔다.

 ◇정교 분리의 양면

 명진스님이 정치권 압력설을 제기한 것을 놓고 정교분리 논쟁도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명진스님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면 정치권이 종교단체의 일에 개입한 것으로 정교 분리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 봉은사 측의 주장이다.

 반면 조계종 총무원은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종단 인사가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주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원담스님은 23일 “외압은 없었다”고 말하면서 “외압이 단 1%만 있었다고 해도 종단 자주성과 관련된 일이다.중앙종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의된 지정사찰 지정이 정권의 압력이나 의원 개인의 발언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교분리 원칙과는 별개로 정치권과 종교계의 협의는 늘 존재한다.전임 총무원장의 정책특보를 지냈고 이번 외압설을 제기한 김영국씨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불교계는 의도하지 않게 많은 지원도 받지만 규제도 받는다.정책특보는 불교계가 정책 현안을 행정부 등과 조정하고 조율하고,협의하게 하는 자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는 23일 내놓은 성명에서 “군사독재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1986년의 해인사승려대회를 통해 자주권을 회복했는데 이런 일이 생긴것에 대해 우리의 허물을 참회한다”고 말했다.

 또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하며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종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정치권 관련자는 공직에서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사안은 정치적 외압의 사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자주성과 승가의 청정성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용화사 주지 지관스님은 23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1순위는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2순위는 화계사 주지 수경스님을 정리한다는 소문이 조계종 내에 파다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인 수경스님은 대운하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면서 최근 여주 신륵사 근처에 여강선원을 만들어 기도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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