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작전 방해 최대 敵은 ‘새떼’?

軍작전 방해 최대 敵은 ‘새떼’?

입력 2010-04-18 00:00
수정 2010-04-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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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과의 접적지역에서의 잇따른 군 사고에 ‘새떼’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46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사고는 물론 17일 대잠헬기인 링스(Lynx) 불시착사고에도 여지없이 새떼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다.

천안함이 의문의 폭발로 침몰한 직후 인근에서 초계임무를 수행 중이던 속초함은 백령도 북방에서 고속 북상하는 미상의 물체를 포착해 76㎜ 함포를 퍼부었다. 천안함을 공격한 적 함정이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군은 이 미상의 물체를 새떼로 최종 결론지었다. 레이더 상에 표적이 한 개에서 두 개로 분리됐다가 합치는 현상이 발생했고, 고속항해 시 발생하는 물결(wake)이 식별안된데다 표적이 육지까지 진입한 뒤 사라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17일 밤 소청도 남방 해상에 불시착한 링스도 미상의 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출격했다 사고를 당했다. 이 미상의 물체 역시 새떼로 보인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고 모두 북방한계선(NLL)이란 화약고 주변에서 벌어진 일로 애초 함정 등 북한세력으로 판단했다가 새떼로 결론지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결과로만 얘기하면 날아가는 ‘죄없는’ 새떼에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76㎜ 주포를 135발이나 퍼부었고 돌아오던 길에 불시착하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이 때문에 최첨단 레이더체계를 갖춘 군이 함정과 새떼도 구분 못하느냐는 자조와 함께 군의 작전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은 새떼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군은 해상표적을 탐색.추적하는 탐색레이더는 2차원레이더로 고도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떼를 포착할 때는 해수면 위에 있는 선박과 유사한 형태로 레이더에 잡혀 구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흑두루미와 기러기, 오리류 등은 해상에서 1㎞가량 높이에서 시속 80㎞가 넘는 속도로 무리지어 날기 때문에 레이더상으로 새떼와 함정을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는 선진국도 동일하다는 게 군의 주장이다.

실제로 작년 5월과 10월 육상과 서해상에서 미상의 물체가 포착돼 벌컨포 공격과 전투기 출격 등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군은 그 물체의 레이더 항적과 속도 등을 분석한 결과 새떼로 결론내렸다.

이처럼 해군이 미상의 물체를 새떼로 판단한 사례는 지난 2005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23차례나 된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매달에 한 차례 이상 새떼를 적 전력으로 판단해 대응전력을 출격시키는 희한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천안함 사고 초기 이명박 대통령이 속초함이 미상의 물체에 격파사격을 했고 이후 새떼로 판명됐다는 군의 보고를 듣고 너무 과도한 조치가 아닌지 걱정을 했다는 전언도 새떼를 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이 천안함 사건은 잠수함 등 외부 공격에 따른 것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고, 링스 역시 대잠활동이 주 임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고 당시 적 잠수함이 기동하지 않았다는 증거 역시 어디에도 없다.

군이 새떼라고 결론지으면서도 적어도 새떼를 실제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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