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방과후학교 비리 적발
#사례1.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학부모 윤모씨는 방과후 학교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들이 컴퓨터와 영어 강좌를 하나씩 신청했는데 3개월치 수강료 108만원을 한꺼번에 현금으로 내라고 통지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월별이나 카드결제를 허용해 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해 봤지만 관리인력이 든다며 외면했다.#사례2. 서울 영등포동 A초등학교는 방과후학교 영어위탁교육 사업자 선정공고를 금요일 오후에 게재했다. 접수마감은 그 다음 주 월요일 오후 4시. 사실상 주말 동안 신청하라는 촉박한 접수기한 등을 이용해 특정업체에 대한 사전 정보 유출 등 담합의혹이 제기됐다.
방과후 학교 운영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방과후 학교 사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위탁업체 선정과정에서 수천만원이 오가고, 외부강사 계약과정에서 심사를 소홀히 해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등 각종 비리와 문제가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20일 밝혔다.
권익위는 “일부 학교는 업체 선정과 계약연장을 미끼로 학교장이 금품을 요구하거나 전직 교원이 친분을 악용해 특정업체 선정에 개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남부지검은 방과후 학교업체에 사례비나 편의 제공 명목으로 최대 16회에 걸쳐 뇌물을 수수한 전·현직 교장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3개월분의 수강료를 카드결제 또는 1개월씩 분납하는 데 대해 학교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일시 지불토록 한 현행 수강료 납부 방식은 학부모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권익위는 분석했다. 방과후 학교 사업규모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지원센터는 서울·경남 지역 각 1곳 등 별도 관리·감독 지원이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방과후 학교 소위원회 심의절차를 의무화하고 위탁계약 매뉴얼을 개발해 연내 보급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방과후 학교 운영 투명성 강화 제도개선안’을 마련,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했다.
또 수강료 월 단위 납부방식 도입과 수강료 환불절차를 구체화하도록 하고, 방과후 학교 사업을 초·중등교육법에 명시해 안정적인 추진이 가능토록 근거 규정을 신설토록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2010-05-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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