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나로우주센터 가보니
고개를 젖혀 하늘을 우러를 모든 국민들에게, 그리고 한국 첫 우주발사체 개발에 몸담은 연구원들에게 평생 두고두고 돌이킬 얘깃거리 하나 남기고 싶어서였을까.9일 오후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나로호(KSLV-I)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날인 8일까지도 숨막히는 우여곡절을 거듭했다. 전날 지상관측시스템(GMS) 커넥터의 전기신호가 불안정해 기립이 5시간 가까이 지연된 탓에 이날의 최종 리허설 때까지도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나로우주센터를 압도했다. 나로호의 발사가 연기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8일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우주 끝으로 이어진 하늘은 얇은 구름 사이로 파란 속살을 드러냈고, 바람도 고즈넉했다. 그러나 9일 이뤄질 ‘역사의 한 장면’을 연출해야 하는 연구원들의 표정에는 한치의 틈도 없어보였다. 한 연구원은 피곤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빙긋 웃기만 했다.
전날부터 나로우주센터 반경 3㎞ 내에는 외부인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됐다. 발사 3시간 전부터는 로켓 진행방향의 섬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소개되고, 주변 해역에서의 조업도 전면 금지된다. 여수해경은 나로호 발사대를 중심으로 반경 5㎞의 해상과 비행 항로상에 인접한 폭 24㎞, 길이 75㎞에 이르는 해역을 통제구역으로 설정했다. 해경은 함정과 헬기 30여척을 동원해 경비에 나섰다. 발사 현장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 등에 대비해 20~30명의 응급의료진이 배치됐으며, 소방 구조헬기와 구급차, TRS 무선 응급의료통신망까지 구축됐다.
전날 기립 지연에 따른 발사 지연 우려는 8일 오후 들어 점차 걷히는 듯했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오전 10시30분부터 실시한 최종 리허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서 “발사 예정일과 예정 시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원장도 “우주기술은 100% 완벽함을 추구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우주강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도 수많은 실패 과정을 거쳤다.”면서도 “하지만 나로호 1차 발사에 비춰볼 때 이번에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했다. 그는 “1차 발사 때에도 위성을 둘러싼 덮개(페어링) 분리 문제를 빼면 나머지는 모두 정상이었다.”면서 “2차 발사에는 남다른 각오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밤늦게까지 점검이 진행된 탓인지 현장 연구원들의 얼굴엔 긴장감과 피로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오후에 실시된 리허설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점차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우주센터 관계자는 “발사대로 이송한 뒤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기립이 다소 지연됐지만, 발사 일정은 변함이 없다.”면서 “날씨가 좋다면 발사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전남 고흥의 날씨는 대체로 맑고 청량했다. 나로우주센터 진입로 곳곳에는 태극기와 발사 성공을 기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지만, 월드컵을 앞둔 탓인지 주변 숙박업소나 해변의 조망 명소 등은 첫 발사때보다는 한적한 편이었다.
고흥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0-06-09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