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청소년 게임장… 문 확 열어보니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에 한 통의 불법게임장 신고전화가 걸려 왔다. 걸어서 불과 1분 거리. 입구가 두꺼운 철문으로 닫혀 있었다. 119구조대원 2명이 30분 넘게 유압절단기와 스프레더로 문짝을 뜯어낸 끝에 간신히 실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 신고접수 1시간 후였다. 전원이 꺼져 내부는 암흑이었다. 경찰은 “전원을 내리면 개·변조된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삭제된다.”고 설명했다.‘무늬만’ 청소년 게임장인 서울 영등포동의 한 게임장 내부. 청소년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전원을 올리자 업주 한모(57)씨와 손님 김모(63)씨가 현장에 있었다. 업주는 “기기를 테스트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0여대의 게임기 앞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한 재떨이와 환전용으로 의심되는 경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단속 경찰관은 “이용객들이 업소 뒤로 이어진 통로로 달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업소는 다른 두 곳 업소와 연결돼 있었다. 한씨는 지난달 14일에도 이 곳에서 영업을 하다 단속됐다. 단속된 뒤 영업 정지 처분을 받기까지 두 달 가량 시간이 걸리는 행정상 허점을 악용했다. 이 업소는 청소년게임장으로 등록했지만, 청소년 이용객은 한 명도 없었다. 김씨는 “이런 곳에 청소년이 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청소년 게임장 시간제한 등 없어
수십대의 게임기 위에는 사용한 종이컵 재떨이와 환전용 경품들이 흩어져 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2007년 12월 266곳이던 청소년게임장이 2008년 12월에는 483곳으로, 2009년 12월에는 775곳까지 늘어났다. 청소년게임장은 허가제인 일반게임장과는 달리 등록만 하면 누구나 바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허점을 노린 결과다.
●“게임물등급심의 너무 허술” 지적도
게임물등급심의위원회의 등급심의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의보다는 사후 관리에 중점을 두기로 내부 지침을 바꿨다. 실제로 위원회의 등급판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걸어온 건수는 2007년 16건, 2008년 61건, 2009년 11건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심의가 쉬워져 등급 취소 판정을 받아도 소송을 제기할 필요없이 새로운 게임을 심의받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장 이용자들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경찰 관계자 “수요를 차단하지 않고 공급만 단속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불법 게임장 이용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2008년 11월 발의해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는 “이슈가 된 적이 없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래저래 법제화는 언제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글 사진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0-07-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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