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중인 금호타이어의 노조 강경파 조합원들이 현 집행부를 탄핵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고 나서 2개의 노조가 대립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하지만 현 집행부와 회사 측은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강경파가 선출한 새 집행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노조 자격에 대한 법적 다툼 등 ‘노-노 갈등’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8일 금호타이어와 노조에 따르면 강경파 노조원들로 구성된 ‘워크아웃 대응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5일부터 7일 오후 11시까지 광주와 곡성,평택 등 공장별로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투표를 벌여 단독 입후보한 김봉갑 후보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재적 조합원 3천530명 가운데 3천48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86.35%에 찬성률 90.16%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공대위 등이 앞장서 지난 5월 26일 실시한 제3기 노조 집행부에 대한 탄핵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80.7%의 찬성으로 탄핵이 가결되면서 민주노총 광주.전남지부가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치른 것이다.

　이에 대해 현 집행부와 회사 측은 ‘탄핵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을 들어 이번 공대위가 주도한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투표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광주지법은 지난달 11일 고광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 지회장 등이 제기한 ‘탄핵(해임)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노조가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면 회사가 청산 또는 파산될 수 있었고,이 경우 조합원 상당수가 직장을 잃게 됐을 것”이라며 “조합원 64%가 단체협약에 찬성한 점 등에 비춰보면 단체협약이 조합원의 이익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탄핵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회사 측은 투표장 시설 설치를 허용하지 않았고 현 집행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대위 측이 투표장으로 사용하려던 노조 사무실도 폐쇄했다.

　이에 따라 이번 투표는 각 공장의 정문 앞에서,개표는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사무실에서 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특히 현 집행부는 오는 22일께 사퇴 의사를 밝히고 대의원대회를 통해 선관위를 구성,새로운 집행부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노조의 정통성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집행부는 이미 법원이 받아들인 가처분 신청에 이어 지난 5일 ‘탄핵 결의 무효’에 대한 본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결국 노조의 정통성은 결국 법원의 판단에 맡기게 됐다.

　회사를 살리기위한 비상 처방인 워크아웃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갈길 바쁜 금호타이어에서 노노갈등마저 심화할 경우 기업 회생이 차질을 빚지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지역 경제계에서는 마땅한 투쟁 무대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민노총이 금호타이어를 타켓으로 삼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어 이번 갈등이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보다는 확산되는 쪽으로 가지않을 까 하는 걱정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