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유학생활···결혼빙자·교수사칭 15억 가로챈 사기꾼 전락

실패한 유학생활···결혼빙자·교수사칭 15억 가로챈 사기꾼 전락

입력 2010-07-15 00:00
수정 2010-07-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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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으로 성공을 꿈꾸며 6년간 해외에서 공부했지만 무리한 유학생활 탓에 결국 사기꾼 신세로 전락한 30대의 서글픈 사연에 눈길이 간다.

 1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방의 한 대학을 중퇴하고 1997년 3월 오스트리아 수도 빈으로 유학을 떠난 박모(37)씨는 2002년 말까지 고국에 있는 아버지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현지의 유명 국립음악대학을 다니며 트럼펫을 전공했다.

 박씨 부친은 2억원의 빚을 지면서까지 아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댔지만,아들의 장기간 유학 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의 유학생 동료는 “집에서 풍족할 정도의 돈을 지원받지 못해 유학생활은 궁핍했고 독일어도 능숙하지 않아 수업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6년간의 유학 생활에도 졸업증을 따지 못한 박씨의 삶은 귀국하면서 더욱 꼬이기 시작했다.

 마땅한 자격증도 없던 터라 대학에서 강의할 자격이 안됐고,대구에서 피아노 등 악기 레슨을 하는 공연기획사도 운영도 했지만 사업은 계속 기울기만 했다.

 2007년에는 기획사 직원 4∼5명의 월급도 주지 못할 형편이 되자 급기야 결혼을 약속한 이모(34)씨 집에도 손을 벌렸다.

 “유학 생활 동안 카지노 호텔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수익금을 국내 반입하는 데 경비가 필요하다”고 거짓말을 동원해 이씨 가족에게 2007년11월∼올해 3월까지 현금을 받거나 신용카드 대금을 대신 결제하게 했던 것.

 그의 사기 행각은 한국은행 경북본부장 명의로 된 2천382억원 상당의 지급확인서까지 보여줬을 정도로 대담했다.이처럼 박씨가 이씨 가족을 속이면서 259차례에 걸쳐 타낸 금액만 무려 15억여원.

 이씨 가족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라도 하면 박씨는 이씨와 오스트리아로 함께 건너가 수개월간 머물며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일을 하는 것처럼 거짓 행동했고 심지어 서울의 한 사립대까지 데려가 예비교수 행세도 했다.

 박씨는 사기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아 이씨가 소개해 준 유모(50)씨에게 “아들을 서울대 특별전형으로 입학시켜주겠다”고 속이고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여 동안 60여 차례에 걸쳐 활동비,인사비 등의 명목으로 3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유씨 조카를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 입학시켜주겠다고 속이고 활동비 명목으로 1천500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의 사기 행각은 경찰 수사 끝에 탄로가 났고 결국 입학 사기와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오스트리아 음대 졸업장이 있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 학위를 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씨 가족에게 빌린 돈을 갚겠다고도 주장하지만 현재로서는 변제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대업을 한 이씨 아버지는 지방에 3∼4채의 집과 땅을 소유한 자산가였지만 박씨에게 속으면서 지금은 월세로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이씨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오스트리아에서 유학 생활할 당시 한 여자 유학생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전력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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